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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객 못 보겠어요" 개그맨이 무대에서 눈물 흘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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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네요. 앞을 못 보겠어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CJ ENM. 코미디언 최성민은 tvN '코미디 빅리그'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떨궜다. 그러고는 바로 머리를 뒤로 젖혔다. '코빅엔터' 코너 녹화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서다. "울지 마, 울지 마." 마스크를 쓴 방청객들은 잔뜩 움츠러든 데뷔 16년 차 개그맨을 달랬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그간 텅 빈 방청석을 바라보며 공연한 개그맨과, 1년 8개월 만에 열린 공개 녹화장을 찾은 방청객이 보인 반응이다.
"관객이 없으면 공개 코미디도 재미가 없거든요. 제대로 시청자를 웃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만둘까란 생각도 했어요.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할 때 관객이 찾아왔죠. '웃길 사람 있으니 계속 코미디해라' 하고 하늘에서 응답해준 것 같았죠.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이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첫 공개 녹화를 마친 뒤 15일 본보와 전화로 만난 최성민의 얘기다.
팬데믹으로 지난해 2월 25일부터 관객 없이 제작된 '코미디 빅리그'가 624일 만에 공개방송으로 다시 돌아왔다. 방역당국이 이달부터 '백신 패스'를 적용하자, tvN도 조심스럽게 방송사의 문을 열었다.
모임도 뚝 끊기고 여행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방송사 유일 정규 공개 코미디 현장을 찾은 방청객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팬데믹은 흔했던 방청권을 '효도 상품권'으로 바꿔놨다. 경기 용인에 사는 이상우(53)씨는 이날 회사에 반차를 내고 아내와 함께 녹화장을 찾았다. 이씨는 "딸이 위드 코로나니까 나들이 한번 하라고 신청해줬다"며 "코로나19로 그동안 제대로 바람도 못 쐬러 다녔는데, 딸이 뜻밖의 선물을 줘 난생처음 방송사 공개방송에 와 보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장현수(25)씨는 "그동안 유튜브로 '코미디 빅리그'를 보다 공개방송 시작한다고 해 바로 신청했다"며 "회사에 반차 내고 친구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2년여 만에 공개방송을 시작한 '코미디 빅리그'의 풍경은 확 달라졌다. 방청 자격은 '백신 2차 접종 후 만 14일 경과자'로 제한됐다. 녹화장엔 백신 접종 완료 확인을 거친 뒤 열 체크 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방청객은 139명. 코로나19 이전엔 같은 녹화장에 400~500명을 채웠지만, 제작진은 방청객을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제한했다. 방청의 문이 좁아진 만큼 경쟁은 치열했다. tvN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방청 신청자 수는 총 4,957명으로, 경쟁률은 35대 1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신청 규모가 네 배 커진 것이다.
작아진 함성의 빈자리는 방청객의 힘찬 박수로 채워졌다. 개그맨들은 바로 앞 방청객들의 즉흥 반응을 비료 삼아 웃음을 키웠다.
화제의 댄서 경연 프로그램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패러디한 '수틀린 우먼 파이터' 녹화 한 장면. 맨발로 무대에 선 김용명은 깜짝 출연한 댄스팀 코카앤버터 리더 리헤이의 신발에 발이 밟혔고,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방청객이 뜨겁게 반응하자 김용명은 이 NG의 순간을 웃음의 불씨로 활용해 공개 코미디의 열기를 데웠다. 김용명은 "오랜만에 방청객을 만나 공연 부담이 엄청 컸다"며 "방청객의 현장 반응을 직접 느끼면서 공연하니 애드리브도 많아지고 극적인 요소를 더 잘 살릴 수 있게 되더라"며 웃었다.
tvN을 비롯해 방송사들은 공개 녹화를 속속 진행하는 분위기다. KBS는 18일 '열린음악회'를 시작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불후의 명곡' '가요무대' 등 음악프로그램들의 공개 방청을 잇따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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