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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수업료" 치르고도 이 모양? 요소수 '긴급수급' 안되는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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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한지 닷새째인 15일에도 일선 주유소에선 헛탕을 치고 돌아서는 소비자의 원성이 지속됐다. 자세한 공급 계획이나 단속 기준 등이 사전 공지되지 않은 데다, 우선 판매처에 대한 요소수 공급 방침도 뒤늦게 발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도 요소수 유통 병목 해소방안을 논의했지만,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는 아니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는 반성 이후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요소수 공급 난맥상 배경에는 숱한 정책적 실패들이 자리하고 있다.
일선 주유소들은 긴급수급조정조치 발표 및 시행 첫날인 11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단일 판매망으로 ‘지목’됐지만 시행 전 이렇다 할 통보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언론기사로 접한 소식이 전부였다. 서울시내 한 직영주유소 관계자는 “초반에는 요소수를 사러 온 손님들이 정부 조치를 알려줬다"며 "지금도 무작정 찾아오는 손님을 돌려보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주유소간 엇박자도 감지된다. 환경부에선 “한국주유소협회 등 4개 유관단체를 통해 문서로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주유소협회에선 “오늘 환경부와 모여서 얘기할 것”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요소수 공급 상황 파악에도 온도차가 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이날 “요소수 생산 점유율 50%가 넘는 업체의 공급이 며칠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공급량을 회복해)일주일 가량 공급하면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유소 관계자는 “오늘도 전화해 봤지만, 요소수 유통업체들은 12월은 돼야 공급해 줄 수 있다고 한다”고 푸념했다.
정부에서 제시한 '1인당 구매제한 조치'도 지켜질 지 미지수다. 요소수 판매 시 주유소가 구매자의 신분증, 차량등록증, 차대번호, 차량별 촉매제 보유량 등을 확인 해야 하고, 요소수를 80% 이상 채워 둔 차량엔 추가 판매하지 않아야 하는데 정작 판매 이력을 관리한 수단은 없는 상태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별 인력도 천차만별인데다 구체적인 시행 방법도 모른다”며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약국처럼 수급이나 판매 정보가 실시간 공개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초에 정부가 현장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책임을 앞세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유소로 단일화시킨 요소수 판매처 방침 역시 불만이다. 자동차 정비소나 온라인 판매 등에 치중해온 중소 요소수 유통업체들은 당장 요소수를 확보해도 넘길 곳이 마땅치 않다.
“중소업체가 기존 공급망을 통해 건설현장, 운수업체, 요소수 사용 사업장 등에 공급하는 걸 막는 건 아니다”란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실제 화물업계에선 “가격규제가 없어 인근 주유소끼리 담합해 폭리를 취하는 건 일도 아니다” “단골 손님이나 일정금액 이상 주유시에만 요소수를 내주는 꼼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등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거점 주유소 100곳의 요소수 재고 정보를 16일부터 매일 2회 이상 인터넷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전하면서 “생산 물량이 확보되면 공급 주유소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조치 첫날부터 혼선이 이어진 데는 정부 실무진의 '몰인식'도 한몫했다. 실제 조치 시행 첫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실무자들은 “요소수가 제조 공장에서 (주유소에)하루 이틀이면 뿌려질 것”이라고 내다보거나, “(요소수 구입 시)신분증도 보고 (정보를 어딘가에)적으면 ‘관리하는구나’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조치 시행 전 주유소 몇 군데만 돌아다녀 봤어도 이 같은 탁상행정은 없었을 것이란 게 현장의 목소리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이날 울산의 롯데정밀화학을 방문해 “중국 외 베트남, 사우디, 러시아 등으로부터 확보한 요소를 신속히 들여오도록 노력 중"이라며 “시장에 요소수 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환경부 등과 긴밀히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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