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재명 선대위, 정신 차려야"... '크기'만 있고 '전략'은 없다

입력
2021.11.15 12:10
수정
2021.11.15 16:10
5면
구독

"우왕좌왕 선대위가 이재명 위기 자초
내세울 건 원팀 밖에 없는 선대위"

“우리 당 선대위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국민의힘 선대위는 마을버스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MBC 라디오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선대위)에는 소속 의원 163명 전원(현재 국무위원인 의원 제외)이 이름을 올렸다. 이낙연 전 대표 등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진영의 인사들도 모두 참여해 공동선대위원장만 12명이다. 반면 국민의힘 선대위에 홍준표 의원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윤 의원은 “민주당 선대위는 역대급이다. 국민의힘 반쪽 선대위와 대비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선대위’에 대한 당내 평가는 후하지 않다. '규모'는 매머드급이지만, '기능'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선거 전략을 세우고 이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치밀하게 조율하는 핵심 브레인 그룹의 부재가 뼈아프다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제안, 반(反)페미니즘 전선 긋기 등으로 단독 드리블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좌충우돌 이미지가 부각됐다.

의원들을 비롯한 선대위 구성원들을 한 데 묶을 리더십이 없고, 중도층과 청년층을 공략할 상징적 인물도 아직 찾지 못했다. "'원팀'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선대위인 탓에 이 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이후 가장 중요한 한 달을 허무하게 흘려 보냈다"는 자조가 나온다.

'브레인 그룹'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윤건영 의원 등이 선거전략ㆍ메시지ㆍ인재영입ㆍ행사기획 등을 틀어 쥐고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이재명 선대위’에서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의사결정 그룹이 보이지 않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4일 한국일보에 “2017년엔 소수 핵심 인사들이 후보와 상의해 큰 방향을 잡으면 의원ㆍ당직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지금 선대위는 의원들에게 자리 하나씩 챙겨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 선대위 출범할 때 ‘원팀’ 구호 한번 외친 게 사실상 활동의 전부”라고 했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15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대위도) 발족식만 하고 실제 발족은 안 된 것 같다"며 "선대위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은 선대위의 3대 콘셉트로 △원팀 △개방 플랫폼 △미래 비전을 제시했지만, 아직은 구호에 그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대위 조직표나 선대위 산하 각 위원회 인선 내용을 봐도 선대위가 어떤 정책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현역 의원들 자리 하나씩 다 챙겨주려고 온갖 위원회를 일단 설치하고 본 모양새”라고 했다.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민주당 의원은 50~60명. 이들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뛰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 후보측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에 두루 신뢰 받는 원로급 인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 얼굴'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지지연설을 한 이낙연 상임고문과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지지연설을 한 이낙연 상임고문과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후보와 함께 '선거의 간판' 역할을 할 새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당초 민주당은 경제 전문가나 여성 인사를 영입해 송영길 대표와 함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했다. 선대위 내부에서 쓴 소리를 하는 '레드팀'을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선대위 인선이 이뤄졌지만, 깜짝 인사 발탁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해온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삼고초려’ 끝에 실용외교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 현재까지 최대 성과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기세가 주춤한 데다 당내 강성 지지층의 존재 때문에 중도적 성향 인사들이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지금 선대위에 외부인이 단 한 명도 없다"며 "그건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이 후보가 20대 남성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반(反)페미니즘 행보를 하면서 여성 인사를 영입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 정당쇄신ㆍ정치개혁 의원모임 소속 김남국ㆍ김용민 등 초선 의원 10명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가 현장성을 잃었다”며 청년ㆍ여성ㆍ사회적 약자 등을 대변할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을 공개 촉구했다. 민주당은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에 여권 내 대표적 화합ㆍ소통형 정치인인 원혜영 전 의원을 임명하며 ‘인재난’ 돌파에 나섰다.


박준석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