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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지나도 살 수 없는 요소수… “왜 주유소에서만?” 탁상대책에 비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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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어온 요소수는 벌써 다 떨어졌습니다. 언제 다시 입고될지 모르겠네요."
정부의 '주요 공급거점 100곳' 명단에 포함된 전북 군산시 주유소 직원의 목소리에는 난감함이 역력했다. 14일 이 주유소는 요소수를 사러 온 고객을 모두 돌려보냈다. 그는 “정부가 명단에만 올려놓고 요소수 공급은 책임져 주지 않아, 새벽부터 빗발치는 재고 문의 전화에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요소수 공급 주요 거점 100곳 명단에 이름이 오른 전국 주유소에선 14일에도 혼란이 지속됐다. 정부가 전날 차량용 요소수 180만 리터(L)를 전국 100개 주유소에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물량이 입고돼도 금방 바닥 나는 데다 일부 주유소는 아예 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시의 거점 주유소는 이날 “어제 요소수가 입고된다고 전화를 받았는데 지금까지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고, 경기 안성시 주유소에선 “지금 바로 오면 요소수 주유가 가능하지만 오후에는 장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일부 주유소는 명단에 올랐음에도 아예 재고 문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의 전화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자동응답 메시지만 틀어놓기도 했다.
이는 정부의 공급 목표와 실제 공급 사이의 시차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에서 "총 180만L 공급 계획 중 14일까지 71개 주유소에 14만2,000L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13일까지 37개 주유소에 8만2,000L, 14일에 34개 주유소에 6만L를 공급했고 15일에 추가로 30여개 주유소에 더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자연히 명단에 오른 주유소라도 아직 받지 못한 곳과, 추가 공급이 안되는 곳이 생기는 구조다.
업계에선 정부가 요소수 공급처를 주유소로 한정한 것 자체가, 유통 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높다. 현재 요소수는 롯데정밀화학 등 대기업이 생산 물량을 대형 중간 판매상에 넘기면, 이 판매상이 주유소나 운수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납품한다. 나머지 중소 생산업체는 여러 단계의 중간 유통망을 거쳐 시중에 판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 업체의 경우 기존 유통망에 주유소가 없으면 새로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 판매상이 거래처를 바꾸는 건 하루 이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너무 앞서나가면서 혼선만 커졌다”고 말했다.
요소수를 주유소에서만 팔게 하면서 운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개인 화물차 운전자가 많이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주유를 일정액 이상 하지 않으면 요소수를 판매하지 않는다거나 단골에게만 공급하는 등 소위 ‘갑질’을 하는 일부 주유소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다.
요소수 관련 신고를 받는 소재부품수급대응지원센터에는 한 주유소가 자체 운영하는 주차장을 사용하는 조건으로만 요소수를 판매하는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한 주유소 직원은 "단골 고객 먼저 요소수를 챙겨주는 건 영업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주유소의 자율적 판매 방식까지 정부가 제한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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