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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새 인생 시작한 일왕 조카 부부… “좋아하는 옷 사 입고 싶다”

입력
2021.11.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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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다공항에 취재진 100여 명 운집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남편인 고무로 게이가 14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게이트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남편인 고무로 게이가 14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게이트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와 남편 고무로 게이 부부가 14일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결혼식을 올리면서 마코가 왕족을 떠나 평민 신분이 된 뒤 약 20일 만이다. 그동안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했던 두 사람은 집요했던 일본 언론의 취재망에서 벗어서 뉴욕에서 자유를 누릴 전망이다.

14일 오전 10시쯤 도쿄 하네다공항 출국장에 모습을 나타낸 부부 앞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기자들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 채 기내로 이동했다. 당초 이코노미석을 예약했으나 항공사 측이 비즈니스석으로 변경해 줬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내 취재 등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오른쪽) 전 일본 공주와 남편 고무로 게이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결혼식 없이 혼인 신고만으로 결혼을 마쳤으며 일반인과 결혼한 마코는 왕족 지위를 상실했다. 도쿄=AP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오른쪽) 전 일본 공주와 남편 고무로 게이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결혼식 없이 혼인 신고만으로 결혼을 마쳤으며 일반인과 결혼한 마코는 왕족 지위를 상실했다. 도쿄=AP 뉴시스


마코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으로 일왕 승계 1순위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왕세제의 큰딸이다. 마코와 고무로의 결혼은 2017년 약혼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간지 등에서 고무로 모친과 전 약혼자 사이의 금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론이 악화했다. 궁내청은 약혼을 연기했고 고무로는 2018년 로스쿨 진학을 위해 도미했다. 3년 동안 떨어져 살던 이들은 지난달 26일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했다. 국민의 반대를 감안해 왕족의 결혼 시 정착금 명목으로 받게 돼 있는 일시금도 받지 않고 예식도 치르지 않았다. 마코는 악플에 시달려 복잡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의 추적은 집요했다.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날 때까지 임시 거주했던 아파트에는 매일 밤 늦게까지 기자들이 대기하며 두 사람의 외출과 귀가 모습을 일일이 전했고, 고무로의 변호사 시험 불합격 사실, 모친의 금전문제 미해결 등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다행히 금전 문제는 지난 12일 밤 해결됐다. 그동안 고무로의 합의금 지급 의사에도 불구하고 “고무로 모친이 직접 대면해서 해결하라”고 고집하던 모친의 전 약혼자가 이날 고무로로부터 합의금 400만 엔을 받는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 마코(오른쪽) 공주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 있는 왕실 소유의 아카사카 어용지를 떠나며 부모인 아키시노 왕세제 부부가 지켜보는 동안 자매인 가코 공주와 작별의 포옹을 하고 있다. 마코 공주는 그의 일반인 남자 친구 고무로 게이와 결혼식 없이 혼인해 미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도쿄=AP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 마코(오른쪽) 공주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 있는 왕실 소유의 아카사카 어용지를 떠나며 부모인 아키시노 왕세제 부부가 지켜보는 동안 자매인 가코 공주와 작별의 포옹을 하고 있다. 마코 공주는 그의 일반인 남자 친구 고무로 게이와 결혼식 없이 혼인해 미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도쿄=AP 뉴시스


뉴욕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두 사람은 왕실 지원이 없어 맞벌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무로는 뉴욕의 법무법인에 취업했지만 변호사시험에서 불합격해 당분간 내년 2월에 있을 추가 시험 준비에 매진할 전망이다. 로펌에선 일단 조수 업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코는 국제기독교대학(ICU) 재학 중 학예원 자격증을 취득, 도쿄의 마루노우치 박물관에서 5년 넘게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취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궁내청에 따르면 마코는 “미국에서 좋아하는 옷을 직접 사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장 원피스 등 왕족으로서 틀에 박힌 모습이었지만 이제 자유롭게 살겠다는 숙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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