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는 왜 온라인에 집착할까?

입력
2021.11.1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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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건강 칼럼]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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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것들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세계가 없는 우리 모습은 이젠 상상할 수조차 없다.

온라인 세상은 자기 욕구와 욕망을 마음껏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감정ㆍ판타지를 마음껏 투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만 청소년기에 온라인 투사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다. 아동기에는 너무 어려서 자기 탐색 욕구가 적고, 성인기에는 정체성이 확립돼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한계를 계속 시험하는 시기다. 자기 정체성도 아직 단단하게 확립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면서 자기를 찾으려고 한다. 그때그때 다양한 자극을 이용해 마음에 드는 것을 온라인상에 투사하려고 한다. 그런 시도가 실제 새로운 자아를 찾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세상은 현실과 달리 모든 한계를 초월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다. 시간ㆍ물리적 제한 없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한계를 시험하고 싶은 10대에게 이런 공간이 얼마나 이상적으로 느끼겠나.

재미 있는 연구 하나를 소개한다. 연구진이 아주 복잡한 앱을 개발한 뒤 10세, 15세, 25세, 35세, 45세, 55세, 65세에게 각각 건넸다. 그랬더니 55세 이상 대상자들은 기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다룰 줄 모르는 기기를 그냥 포기한다.

10세 아이들은 부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나이가 어려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아직 지적 수준이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15세, 25세가 경쟁하게 됐는데 10대가 압도적으로 기기를 빨리 잘 다루게 됐다.

이유가 무엇일까. 10대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서다. 20대만 돼도 잘못 만졌다가 기기가 고장 날까 두려워 선뜻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10대는 아무거나 누르고 원하는 대로 시도했기에 그만큼 빨리 익혔다. 이처럼 10대는 실수를 통해 새로운 도구를 훨씬 더 빠르게 익힌다.

10대의 이런 도전 의식, 적응 능력 때문에 새로 출시되는 앱과 소프트웨어를 매우 빠르게 받아들인다. 쉽게 시도하고 노하우가 생기면 프로그램을 재빨리 습득하고, 이를 주변 친구들에게 퍼뜨린다.

10대 시기는 인지ㆍ정서적 능력이 정점에 이르기에 순발력도 일생에서 가장 높다. 10대에는 이처럼 좋은 인지ㆍ정서적 능력을 가졌다. 다만 이를 균형 있게 통합하는 능력이나 목표지향적인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이다.

가상 공간은 10대 능력을 돋보이게 할 좋은 공간이 됐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이 없는 10대는 자발적으로 ‘논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자기가 알아낸 정보를 개발자에게 제공하거나 해당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리뷰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10대 리뷰어가 개발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게임ㆍ온라인 상에서 판타지 투사는 현실 감각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온라인에서 지지를 받던 아이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 가상 세계의 자신이 현실의 진짜 나였으면 하는 바람이 커질수록 현실을 등질 수 있다.

이것이 온라인 중독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익명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기 통제 능력을 잃기도 한다. 이는 온라인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때 가장 많이 주장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게임 자체가 워낙 중독성이 강하지만 게임 속 익명성으로 자기 욕구를 마음대로 분출한 뒤 더 큰 욕구를 배출하려고 하므로 실제 생활에서도 분노 등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공격성이 내재된 10대 아이들이 온라인 익명성을 만나 공격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현실에서도 온라인에서처럼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자신이 모두 통제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유아독존적 특성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레벨이 높은 나를 추켜세우거나 비난하는 온라인에서의 모습을 현실 속 나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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