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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쉽게 죽일 수 있어’ 日 어린이집 괴한 제압한 직원들

입력
2021.11.14 13:30
수정
2021.11.14 13:5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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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현 도메시 소재 도요사토 어린이집 전경. 도메시 홈페이지

일본 미야기현 도메시 소재 도요사토 어린이집 전경. 도메시 홈페이지


일본 미야기현에서 어린이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한 남성을 직원들이 제압한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보육교사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실외에서 놀던 아이들을 무사히 실내로 대피시키는 등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였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아이라면 간단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해 일본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최근 아사히신문과 지역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9일 오전 10시 30분쯤. 미야기현 도메(登米)시의 ‘도요사토어린이집’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남성 직원은 다른 직원으로부터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변을 살피다 어린이집 앞을 배회하는 남성을 포착했다. 직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 받은 뒤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 71명에게 “비가 올 것 같으니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자”라고 말하며 이동시켰다. 아이들이 놀라지 않도록 둘러댄 것이다.

전원 대피시키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모두 실내로 들여보내고 문을 잠그자 “들어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문제의 남성이 부지에 들어오기 위해 담장을 뛰어넘는 찰나, 직원 2명이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범인은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인 부엌칼을 떨어뜨렸고, 다른 두 직원도 합세해 남성을 제압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용의자(31)가 체포돼, 어린이집에 등원한 어린이 204명과 직원 46명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범인을 제압한 직원들은 “무서웠지만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달려갔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 개원한 이 어린이집은 수상한 사람이나 지진, 화재 등을 상정한 피난 훈련을 여러 차례 거듭해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고 한다. 애초 대응 매뉴얼에는 직원도 원아와 함께 건물 안으로 피난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들은 달랐다. 용의자에 대항한 직원들은 “매뉴얼도 생각했지만, 이대로 우리가 도망쳐 버리면 아이들에게 위해가 가해진다는 생각이 강해 범인 쪽으로 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건조물 침입과 총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어린이라면 간단히 죽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미아기현 수사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사건 전에 “자살은 할 수 없다. 사형당하려면 최소 2명은 죽여야 한다”고 생각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올 들어 지난 8월 오다큐선 흉기 상해 사건, 지난달 게이큐선 영화캐릭터 ‘조커’ 흉기 상해 사건에 이번까지 모르는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범인은 무직의 20~30대 남성이란 공통점도 있다. 최근 전철에서 불을 붙이는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범행 수법과 범죄자 진술 등을 자세히 전하는 언론의 보도 관행이 모방 범죄를 부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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