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회담 앞둔 미중 정상… '전조천' APEC 회의서 신경전

美 "소속 국가의 강력할만 파트너 역할"
中 "구성원들과 중국의 발전 기회 공유"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자국 중요성과 국가간 협력을 강조하며 은근한 신경전을 펼쳤다. 두 정상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첫 화상 단독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전초전’ 성격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견제가 사흘 뒤 열릴 회담의 긴장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12일 백악관 발표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제28차 APEC 정상회의에서 “소속 국가들의 강력하고 믿을 만한 파트너로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방안과 함께, 해당 지역 전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관여를 심화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투자를 증진하고 미국 경쟁력 강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보장을 위해 APEC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약속도 강조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6,400만 회분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시 주석도 화상 연설에 나서 “개방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협력의 생명선”이라며 “중국은 앞으로 흔들림 없이 대외 개방을 확대할 것이며 세계와 아태 지역 각 구성원과 함께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전했다. 또 “지역 경제 일체화를 추진하고 하루빨리 높은 수준의 아태 자유무역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대항 대신 대화하고 배척 대신 포용하며, 관계 단절 대신 융합을 해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견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이번 연설에서 APEC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내세워 역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서로를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이 15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화상 단독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회의가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된 셈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도, 시 주석도 각자를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을 동원하기보다는 APEC 국가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형식을 취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