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부모가 겪었다면 자녀도 57% 노출돼

입력
2021.11.12 20:57
수정
2021.11.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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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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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쥬얼리 출신 이지현씨가 한 방송에 출연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들(7)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아 관심을 끌었다.

ADHD는 병명에서 나타나듯이 주의 산만ㆍ과잉 행동ㆍ충동성이 주요 특성이다. 주로 7세 이전에 발병해 가정ㆍ학교ㆍ대인관계 등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ADHD 증상이 있어도 부모들은 ‘크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다가, 고학년이 돼 학습량이 많아지면서 학업 및 교우 관계에 어려움이 생겨서야 치료할 때가 많다. ADHD가 의심되는 어린이는 빨리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민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ADHD에 대해 물었다.

-자녀가 어떤 행동을 보일 때 ADHD를 의심하나.

“ADHD 어린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너무 활발하거나 까다로울 때가 많다. 하지만 대개 ‘에너지가 넘친다, 남자답다’ 등의 말을 들으며 지내다 단체생활을 시작한 뒤에야 증상을 깨달아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팔다리를 가만히 두지 않고 흔들어 대거나, 학교에서 자리를 이탈하거나, 쓸데없는 소리를 내는 등의 과잉 행동 증상을 보인다. 부모들은 흔히 이런 증상을 나타내는 자녀들에 대해 ‘모터가 달린 것 같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라고 표현한다.

과잉 행동 증상으로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바뀐다. 자리를 이탈할 정도는 아니지만 꼼지락거리기, 계속 무언가를 만지기 등 작은 움직임으로 바뀔 수 있다. 주의 산만 증상으로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것, 쉽게 산만해져 끝맺음을 잘하지 못하는 것, 지시하지 않으면 할 일을 스스로 하지 않는 것, 일을 끝내지도 않고 다른 일을 벌이는 것 등이 있다.

이런 증상은 어린이 혼자 하는 숙제 등 재미없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과제 수행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충동성은 ‘기다리지 못하는 것’과 관련 있다. 충동성이 두드러지는 어린이는 지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반응하거나, 게임이나 대화할 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ADHD 어린이는 잘 다치고, 물건을 잘 망가뜨리고, 또래나 형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수 있다.”

-ADHD가 남자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ADHD는 일반적으로 남자 어린이 환자가 여자 어린이 환자보다 3~4배 많다. 남자 어린이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은 남녀 증상의 차이가 원인일 수 있다. 즉, 남자 어린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과잉 행동ㆍ충동성 특성을 더 나타내기 때문에 단체생활을 시작하면 증상이 쉽게 두드러진다.

반면 여자 어린이 환자의 경우 주의 산만 증상을 보일 때가 많은데, 부주의한 행동은 단체생활에는 방해되지 않지만 과제를 놓치거나 수업 중 백일몽에 빠지는 등 과잉 행동ㆍ충동성 증상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여자 어린이 ADHD 환자의 경우 게으름, 학습 부진, 불안 등의 증상으로 오인돼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남자 어린이에 비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진단율 차이만으로 남녀 성비 차이가 큰 것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남녀 성비 차이에 대한 분자 유전학적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ADHD는 어떤 이유로 발병할까.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대뇌 전전두엽-선소체 신경 네트워크를 구조적으로 위축하고 기능적 저하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임신ㆍ출산 중 합병증, 독성 물질 노출 등으로 인한 신경학적 손상으로 병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 심리 사회적 역경 같은 요인은 ADHD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근거는 부족하지만 병을 악화시키거나, 관련된 동반 정신 질환 발병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ADHD는 유전적 영향이 매우 크다. 가계도 연구에 따르면 형제가 ADHD를 앓고 있다면 다른 형제에게서 30% 정도 나타난다. 부모가 어릴 때 ADHD를 앓았다면 자녀에게서 57% 정도가 발생한다. 증상이 심한 ADHD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면 유전적 요인이 더 커진다.

이 때문에 ADHD의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ADHD 치료제가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 관련 유전자가 ADHD 발병에 관여한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그러나 ADHD 발병 원인은 복잡하고 다유전적이기에 단일 유전자 모델로 설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 분자 유전학 발달과 함께 신경 발달, 시냅스 단백질 등과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위험 요인 등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ADHD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약물 치료, 비약물 치료가 있다. 보통 두 가지 치료법을 적절히 조합한다. 증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가정ㆍ학교 등 일상생활에 별문제가 없으면 약물 치료를 하지 않고 부모 교육ㆍ행동 수정 등 비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그러나 대개 임상에서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 약물 치료가 우선적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약물 치료받는 것을 우려하지만 치료제 효능이 70~80%에 이를 정도로 효과가 매우 좋다. 약물 치료하면 산만ㆍ과잉 행동ㆍ충동성이 줄고, 2차적으로는 학습 능력, 사회 기술 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비약물 치료 중 하나인 심리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ADHD 어린이는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으로 야단ㆍ꾸중 같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우울한 감정이 화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울하고 자존감이 떨어진 어린이를 비롯해 ADHD와 관련된 2차적인 심리적 어려움이 발생한 어린이는 심리 치료를 같이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정확한 ADHD 정보를 얻고 자녀의 문제 행동을 조절하고 도울 수 있도록 하는 부모 교육 훈련이나 집중력과 자기 통제 능력을 높이는 인지 행동 치료,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학습 치료,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사회성 증진 그룹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어른이 되면 나아진다는데. 꼭 치료해야 하나.

“예전에는 ADHD 증상은 나이 들면서 호전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어른이 된다고 해서 모두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ADHD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학교ㆍ대인 관계ㆍ가족 관계 등에서 부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부정적 경험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성인이 돼 ADHD 핵심 증상은 나아졌을지라도 좌절감ㆍ자존감 저하ㆍ난폭하거나 우울한 성격 등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즉, 적절히 개입하지 않으면 ADHD와 관련된 다른 심리 사회적 어려움 등이 발생하고 이는 증상을 악화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ADHD를 예방할 수 있나.

“ADHD를 자기 통제력, 인내심, 집중력 등과 관련해 외형적으로 발생하는 행동 문제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자녀가 문제 행동을 하면 실현 가능한 1~2가지 행동 목표를 설정하고, 부모가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비판과 칭찬의 균형을 맞춰 자녀가 일상생활을 잘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또한 부모ㆍ자녀 관계가 ADHD 증상 관리 및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자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녀가 ADHD 진단을 받으면 부모는 좌절하지 말고 자녀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다른 심리적인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민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민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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