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거론해 "사람에 집착 말라"는 김종인... 윤석열의 선택은

입력
2021.11.13 0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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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홍인기 기자·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홍인기 기자·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원톱' 총괄선대본부장이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존 캠프 내 중진들의 배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들과 경선을 치른 윤 후보 측에선 '덧셈의 정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선대위 등판에 앞서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김 전 위원장과 경선 승리를 도운 중진 사이에서 윤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金 "선대위 크다고 이기는 것 아냐"... '덧셈정치' 직격

김 전 위원장은 12일 CBS 라디오에서 '선대위 전권을 요구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권을 갖다가 어디다 쓰느냐"라며 일축했다. 대신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권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 윤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전 위원장이 말하는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인선이다. 그는 "선대위가 크다고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얼굴들을 내놓으면 국민들이 감흥이 있을 수 없다"며 사실상 중진 배제를 요구했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덧셈의 정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문고리 3인방'까지 거론하며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성공을 못한다"고 압박했다. 윤 후보 측 주변 인사들을 겨냥해 '파리 떼' '자리 사냥꾼' 등에 비유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준석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 후보 측은 '덧셈의 정치'를 되풀이했다. 지난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일원이었던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누군가를 배제하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 덧셈의 정치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후보로 선출되기까지 역할을 했던 분들의 힘도 보태면서 충분히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당 안팎 인사를 아울러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尹 지지층, 김종인과 가까운 '이준석 퇴출' 요구

전망은 엇갈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라며 윤 후보가 결국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김 전 위원장과 같이 일을 하기 어려운 인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윤 후보가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하면 된다"고 거들었다.

김 전 위원장이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지만, 결국엔 기존 인사들을 품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괜찮은 사람들로 선대위를 구성하라는 취지로 '선언적 말씀'을 하신 것 아니겠느냐"라며 "특정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이 장기화하면서 당내 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은 전날부터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인적 쇄신을 주장하는 이 대표를 겨냥한 "이준석 퇴출" 등의 요구가 담긴 게시물을 수천 건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날 오후 한때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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