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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자들이 '펨코' 찾아가 '밭 갈기'에 힘 쏟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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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밭 갈기 하지 말고 토론 배틀하자"
"밭 갈 준비되셨습니까?"
남성 누리꾼이 많은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펨코리아(펨코)에선 최근 '밭 갈기'란 단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밭 갈기는 친여·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설득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가 에펨코리아에서 이 후보의 장점이나 지지 이유 등을 적으며 이 후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만들어 보려는 행동이죠. 일부에선 이를 '커뮤니티 원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이 펨코 등 보수성향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이 후보 지지를 끌어내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건데요. 이들이 에펨코리아로 달려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밭 갈기가 갑자기 정치권 키워드로 등장한 건 이 후보의 한 주간 행보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앞서 8일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이유'란 글을 공유하고 읽어보자고 권했습니다. 해당 글은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딴지일보'에 올라와서 화제가 됐는데요.
해당 글에는 2030 남성들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책으로 남자들을 역차별했고, 2030 남성의 지지를 얻으려면 페미니즘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어갔죠.
글쓴이는 "2030 남자들은 취업과 결혼, 집 장만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아르바이트 등에 시달리며 각종 갑질을 당하는 집단"이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해줄 정치인에 목이 말라 있었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정치인 중 2030 남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홍 의원뿐이었다는 겁니다.
글쓴이는 자신들의 마음을 이 후보로 돌릴 방안도 제시했는데요. 바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라는 겁니다. 그는 "이재명의 이름으로 젊은 남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젊은 남자들에게 수많은 의원이 문을 두드려야 한다"며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우선 정책과 차별화를 이뤄낸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 후보는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씨인사이드갤러리에 올라온 글을 공유했는데요. '홍카단(홍 의원의 자원봉사단)으로서 돌아보는 지난 몇 개월의 소회'란 제목의 글로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를 적은 글입니다.
글쓴이는 홍 의원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건 물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2030 남성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바람을 일으켰고, 당내 꼴찌 주자였던 홍 의원을 유력 주자로 만들며 선거를 흔드는 중심이 됐다는 겁니다.
그는 또 대선 경선이 끝난 뒤 홍 의원 지지자들은 위장 당원이자 역선택을 했다는 걸 입증했다고 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의 발언에 분노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2030을 잡기는커녕 조롱과 모욕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며 차라리 이 후보를 찍겠다고 꼬집기도 했죠.
이 후보가 잇따라 이런 글을 올린 건 자신의 약점인 2030 표심을 잡으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어디에도 마음을 줄 수 없어 방황하는 2030 유권자가 상당히 많은데요.
한국갤럽이 12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볼까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 2주 차 정당 지지도를 보면 18~29세의 무당층은 무려 38%나 됩니다. 30대는 25%였고요. 무당층 비율이 가장 적은 50대(14%)와 비교하면 11~24%포인트나 차이가 납니다. 선거판이 뜨거워지면 무당층은 줄기 마련인데, 아직 상당수의 2030은 표심을 정하지 못한 셈이죠.
18~29세와 30대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면 모두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 접전입니다. 18~29세의 경우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5%, 국민의힘은 29%였습니다. 30대는 민주당 35%, 국민의힘 29%였죠(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가 내세운 키워드 중 '2030'과 '펨코' 외에 하나 더 눈여겨볼 게 있습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인데요. 이 후보가 2030 남성 공략을 위한 메신저로 김 의원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 의원을 후보자 직속 청년플랫폼 위원으로 임명합니다. 청년플랫폼은 이 후보가 청년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김 의원을 포함해 청년 국회의원 6명이 활동합니다.
김 의원은 앞서 4월 재·보선이 끝난 뒤 펨코 밭 갈기를 시도했는데요. 김 의원은 2030 보수성향 유권자의 여론을 살피겠다며 펨코와 소통하고 싶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죠. 딴지일보에는 펨코 가입을 유도하며 펨코에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라고 권했습니다. 이에 '좌표 찍기' 논란이 일었고, 김 의원은 결국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며 사과했죠.
이 후보가 펨코 글을 공유하고, 펨코와의 소통을 강조해 온 김 의원을 소통 창구로 한 건 2030 남성 표심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 의원은 앞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던 많은 청년이 상실감에 빠진 채 '미드 오픈'을 외친다"며 "이들의 절망과 분노는 그들의 선택을 역선택이라고 깎아내리면서 투명인간 취급한 윤석열 후보의 발언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미드 오픈은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에서 나온 것으로, 게임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마음은 모두에게 오픈돼 있다"며 홍 의원 지지자들의 마음을 잡겠다고 했죠.
김 의원은 조만간 펨코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앞서 10일 CBS 한판 승부에 출연, '이준석 대표가 김 의원이 젊은 사람들 의중을 알아보고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가 쫓겨난 일이 있다고 했다'는 질문에 "펨코라는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약간 오해가 있어 비추(천)를 많이 받았다"면서도 "최근에는 그 사이트에서 '돌아오라' '소통하자'는 문자를 엄청 많이 보내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역대 제일 많은 비추를 받았다고 하는데, 저뿐만 아니라 홍준표 의원, 하태경 의원도 처음부터 20대한테 환영받은 게 아니었다"며 "비추받은 사이트에서 마음의 문을 열도록 계속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 의원의 행보를 비꼬았죠. 이 대표는 9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은 조국 사태로 젊은 세대에 가장 상징적인 인상을 심어준 국회의원"이라며 "김 의원이 나서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수호의 선봉에 섰던 사람인데 진짜 미스 캐스팅"이라고 꼬집었죠.
이 후보가 펨코 글을 공유한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특정 연령대 특정 성별만 공략하겠다고 해 반발을 샀죠. 당장 2030 여성을 중심으로 "이 후보가 반페미니즘으로 돌아선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반(反)페미니즘을 외치는 누리꾼이 많고, 이 후보에게 반페미니즘 정책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은 '이 후보의 여성혐오관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1일 페이스북에 "거대 양당 후보들(이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반페미니즘의 기수 역할을 자처한다"며 "(이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는 글을 공유하고 관훈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류호정 의원도 페이스북에 "기득권 두 당의 후보들이 급기야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글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며 "두 '아재' 후보는 끝내 여성의 삶에 공감하지 못했고, 당선을 위해 시민을 취사선택했다"고 성토했습니다.
이 후보는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에 대해 "저는 거기에 동의해서 (공유)한 게 아니다"라며 "저와는 매우 다른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최소한 외면은 말고 직면하자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한 누리꾼은 펨코에서 '토론한 이재명 지지자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요. 그는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줘 감사하다. 이 지사에 대한 오해가 많은 건 아쉽지만 제가 봤던 홍카단 분들은 개혁보수의 가능성"이라며 "이번에는 가능성에서 그쳤지만 다음에도 저도 홍카(홍 의원) 많이 응원할게요. 일단 윤석열을 물리칩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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