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라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은행 대출금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12일 오전까지 1만3,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10일 국회 예결위에서는 “대출금리가 급상승하고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며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는 정부의 가계·신용대출 규제가 가동된 지난해 하반기 이래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던 게 지난 8월 한은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이전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린 걸 전후해 시중금리가 들썩이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은행 조달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조달금리 상승세에 비해서도 대출금리 인상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 실제 은행 조달금리를 반영하는 코픽스(COFIX)는 지난해 12월 0.9%에서 지난 10월 1.16%로 0.2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2.69~4.20%에서 3.96~5.26%로 상하단 모두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코픽스 상승분의 4배만큼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한 셈이다. 조달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턱없이 오른 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책을 빌미로 은행들이 재빨리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없앴기 때문이다.
▦ 은행들은 금리 상승과 정부 가계대출 관리책에 따른 대출 억제책으로 가산금리를 올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출영업이 줄자 예대마진을 높임으로써 이익을 보전하자는 셈법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죽을 맛이지만 은행들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구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은행 금리 수준 설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나치게 개입하라는 게 아니고, 납득할 정도로만 하도록 감독해 달라는 얘긴데도 무슨 딴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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