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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임' 열풍...제2의 바다이야기냐, 메타버스 혁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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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가상세계에서 재테크까지 가능한 온라인 게임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인터넷 게임 내 자산인 아이템 등을 실제 가상화폐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 얘기다. 대체불가토큰(NFT) 기술과 가상화폐를 접목시킨 가운데 잉태된 P2E는 특히 게임 내 실제 경제 시스템 구축까지 가능하단 점에서 메타버스형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게임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게 아니냐"는 진단과 함께 지난 2004년 사행성 게임으로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바다이야기'의 악몽까지 소환시키면서 우려하고 있다.
P2E 게임의 핵심은 NFT 기술을 통해 게임 내 재화를 거래하고,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예술품·디지털 콘텐츠 등에 고윳값을 매긴 '디지털 자산'이다. 복제가 쉬운 온라인 공간에서도 특정인에 대한 소유권과 희귀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가 앞다퉈 P2E 시장 진출에 뛰어든 배경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를 시작으로 컴투스, 게임빌,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P2E 신작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첫 출사표는 지난 8월 위메이드에서 던졌다. P2E 요소를 가미해 해외에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로 선보인 '미르4'가 위메이드 작품이다. 미르4 이용자가 게임 내 아이템인 '흑철' 10만 개를 모으면 게임 내 코인 '드레이코' 1개로 바꿀 수 있고, 드레이코 1개는 가상화폐 '위믹스' 1개와 교환이 가능하다. 최종적으로 위믹스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팔면 수익화가 되는 구조다. 성적표는 실적에서 확인됐다. 입소문을 탄 미르4 덕분에 3분기 위메이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급증한 633억 원을 수확했고, 영업이익은 174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도 NFT를 결합한 게임 출시에 몰두하고 있다.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앞서 도마에 올랐던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는 이미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다. 회사 측에선 공식적으로 아이템 현금화를 금지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사설 거래소에서 아이템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리니지 내 최고 아이템으로 알려진 '집행검'의 경우엔 수억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엔씨소프트가 음지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런 아이템 현금 거래를 양성화한다면 막대한 수수료 수익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이런 P2E 게임의 최대 걸림돌은 규제다. 현재 P2E는 국내에선 불법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형태의 게임은 국내서 유통될 수 없다. 이에 위메이드도 국내 출시된 미르4에선 P2E 요소를 제거했다.
하지만 가상사설망(VPN) 등을 통해 해외 버전의 미르4에 우회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터넷 게임 커뮤니티에선 미르4 해외 버전을 내려받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P2E 게임을 출시할 경우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게임 폐인'이 급증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필리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P2E 게임 '엑시인피니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만으로 직장인 평균 수익 이상을 버는 사례가 소개되면서 너도나도 게임에 접속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엑시인피니티 가상화폐의 시가총액도 300억 달러(약 35조3,500억 원)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우후죽순으로 P2E 게임 출시만 이어질 경우, 결국 고유의 게임성보단 가상화폐 채굴에만 집중하면서 조장될 사행성을 염려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자체로 즐거움을 얻는 게 아니라 채굴에만 집중할 경우 결국 게임 시장은 황폐화될 것"이라며 "게임의 탈을 쓴 바다이야기와 같은 게임이 나올 수 있어 규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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