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학대…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해주세요

입력
2021.11.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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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동물학대 양형 기준 높여 달라는 고양이 '캔디'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구조된 고양이 '캔디'. 서울고양이입양카페 제공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구조된 고양이 '캔디'. 서울고양이입양카페 제공

저는 지난해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구조돼 지금은 집고양이로 살아가고 있는 '캔디'입니다. 시장의 한 상인이 저를 줄에 묶고 쇠막대기로 찌르는 사진과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동물단체와 서울시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평생 집사를 찾았는데요.

최근 동네 고양이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울 연희동 재개발지역에서는 복부와 다리가 잘려나간 고양이가, 이어 창천동에서는 한 주택 마당 나무에 고양이 사체가 매달린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이달 9일에는 강원도 한 육군 부대에서 취사병들이 취사장 근처 고양이들을 잔혹하게 학대하고 죽인 행위가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경남 김해, 경북 포항에서도 사람 소행으로 보이는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는 등 고양이 학대 사건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해 6월 토치에 그을린 듯 전신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된 길고양이 호순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해 6월 토치에 그을린 듯 전신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된 길고양이 호순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네 고양이가 학대에 쉽게 노출되는 건, 반려동물과 다르게 소유자가 없어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여겨져서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새끼 고양이의 경우 접근이 쉬워 학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길고양이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그만큼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합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도 "주인이 없다는 건 피해자가 없다는 뜻이 된다"며 "죄가 성립해 봤자 동물학대죄밖에 안 되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도 단순 민원으로만 접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길고양이를 죽인 사건은 대부분 고작 벌금형이었다"며 "고양이 관련 판례를 찾아보니 동물학대사건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시비가 붙어 발생한 폭행, 협박사건이 더 많았다"고 했습니다.

동네 고양이 학대 사건을 포함해 동물학대 사건은 수사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특히 증거를 잡기 힘든 고양이 학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경찰도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올해 7월 경찰관·동물보호감시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학대 사건 대응 경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게 힘들다'는 데 72.6%가 동의했습니다. 또 '사건을 처리하는 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느냐'라는 질문에 72.6%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수의사나 동물보호단체 등 자문이나 도움을 요청할 전문가풀(pool)을 확보한 비율은 8.7%에 그쳤습니다.

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괴로워하는 사진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한 이모씨가 11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괴로워하는 사진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한 이모씨가 11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찰의 이전 '동물학대사범 수사매뉴얼'이 법령 나열에 그치는 등 부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동물 관련 범죄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요령을 담은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이 올해 3월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에선 매뉴얼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동물학대 사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옵니다.

이에 더해 동물학대 사건 양형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고양이·너구리 등을 살해하고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사건 주요 피의자 이모씨가 11일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검찰이 9월 이씨에게 징역 3년(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으나,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징역 4개월 및 벌금 100만 원 집행유예 2년에 그친 겁니다. (▶관련기사보기: 동물학대 채팅 '고어전문방' 학대자 집행유예… 동물단체 강력 반발)

인터넷 커뮤니티 '길고양이 이야기'에 올라온 일부 게시물 사진. 자신이 학대한 고양이 사체를 전시하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길고양이 이야기'에 올라온 일부 게시물 사진. 자신이 학대한 고양이 사체를 전시하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끊이지 않는 고양이 학대, 나아가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소유자가 없더라도 고양이를 함부로 다루는 건 명확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또 사람들이 동물 학대를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서로 감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나아가 사건 발생 시 경찰은 전문가·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철저히 수사하고, 동물 학대자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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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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