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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첫 외교 행보는 美中 '동급' 외교관 '동시' 접촉... "균형감 강조했다"

입력
2021.11.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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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면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면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차관보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연달아 만났다. 대선후보로 뽑힌 뒤 첫 외교 행보로 ‘체급’이 비슷한 미중 양국의 고위 외교관을 동시에 접촉해 ‘균형감’을 강조하려 애썼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를 접견했다. 곧 이어 같은 장소에서 싱하이밍 대사와도 의견을 나눴다. 두 만남 모두 양자 협력을 강조하는 덕담이 오갔다. 이 자리엔 이 후보가 ‘실용외교’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공들여 영입한 위성락 당 선대위 실용외교위원장도 배석했다.

"한미동맹, 경제동맹으로 발전해야"

이 후보와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면담에서는 역시 ‘한미동맹’이 화두였다. 이 후보는 먼저 “대한민국 경제ㆍ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지원과 협력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한미동맹이 경제동맹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계속 성장ㆍ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문제는 많은 사람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일”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 측 지지도 당부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도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미국) 정부는 강력한 동맹관계를 목표로 삼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과 한반도 안보 및 국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경기지사를 지낸 이 후보에게 ‘지사님(Mr. governor)’이라는 호칭을 썼다. 도지사가 없는 미국 형편상 비슷한 주지사(governor) 단어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미국에선 후보(candidate)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전직으로 부르는 게 훨씬 높은 예우”라고 말했다.

中에는 "요소수 혼란, 관심 더 가져 달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미국 측과 면담을 마치자마자 중국 싱 대사와 마주 앉았다. 주한 중국대사의 직급은 한국으로 따졌을 때 차관보급에 해당한다. 미 차관보를 만난 뒤 곧바로 중국의 동급 외교관과 접촉하며 미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실용외교위 수석부위원장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미중) 양측의 면담 요청이 있었고, 당 입장에서도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중요성이 같다는 메시지를 강조할 필요성이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면담 시간도 각각 50여 분으로 비슷했다.

이 후보는 싱 대사에게 최근 가장 큰 논란인 ‘요소수 대란’ 사태와 관련,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중국의 수출 물량 비중이 매우 낮아 (중국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면 혼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싱 대사는 “(수출 물량) 조정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한국과 적극 협의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또 노력해 갈 것”이라며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해명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한중관계를 높이 평가했고, 간혹 문제가 생기더라도 양국이 잘 상의하면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가 주로 오갔다”고 전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도 잠깐 언급됐지만, 깊이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방한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도 대면한다. 윤 후보와 싱 대사의 면담은 예정돼 있지 않으나 조만간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中 압박 '공급망' 협의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한편 크리튼부링크 차관보는 이날 카운터파트인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 및 이성호 경제외교조정관,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와도 연쇄 접촉했다. 동아태 차관보가 경제 담당 관료들까지 만난 건 확실히 ‘광폭 행보’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압박 조치를 서두르는 만큼,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관해 한국 측의 협조 약속을 받아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방한 일정을 소개하며 “인도ㆍ태평양과 이외의 지역에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는 중국에 맞서 동맹 결속이 필요할 때마다 미국이 쓰는 문구다.


조영빈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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