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종인 겪어봐서 아는데"... 국민의힘 집안싸움에 훈수

입력
2021.11.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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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 내 신경전이 계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적전 분열'을 노리고 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왕' 등에 빗대 윤 후보 측과 틈새 벌리기를 시도하면서다. 윤 후보를 중심으로 한 결집력을 약화시켜 상대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김종인 상왕론'으로 尹 지지층 불안 자극?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가운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주선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가운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주선했다. 연합뉴스

우원식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1일 TBS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이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은 사실을 거론하며 "그때도 '김종인=전권'이었다"며 "윤 후보가 전권을 주면 '흥선대원군 김종인, 고종 윤석열' 이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차르'로 유명한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쥔 선대위가 구성될 경우 윤 후보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윤 후보 지지자의 불안을 자극해 김 전 위원장과의 거리를 벌리려는 의도"라고 했다.

'사실상 패장' '당내 분란' 평가절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지난해 6월 3일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가 지난해 6월 3일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평가절하도 잇따랐다.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작년 총선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랑 맞서 패배하신 분"이라고 했다. 전재수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말하지만, 당 내부적으로 분란이 많이 있었다"며 "오랫동안 경쟁을 했던 이해찬 후보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공명정대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내 친문재인계 의원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삼고초려로 김 전 위원장을 모셔왔으나, 총선 승리 후 갈등을 겪으며 문 대통령과의 사이가 틀어졌다. 선거 승리엔 기여했지만 당내 화합 측면에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시각이다.

與 속내는 '김종인 합류' 견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에 대한 훈수성 발언도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10일 YTN에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둘러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의 악연을 거론하며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으로 가는 순간 (홍 의원의 합류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견제는 '김종인 합류'에 대한 위기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가 지닌 반(反)문재인·정권 교체에 대한 상징성과 김 전 위원장의 중도 확장·노련한 지략이 결합할 경우 본선에서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전 위원장만큼 판세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지략가가 드물다"며 "김 전 위원장의 등판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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