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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이재명·윤석열의 여가부 개편론, '이대남' 눈치 보는 말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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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란히 '여성가족부 개편론'을 꺼내들었다. 여성 정책 중심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양성평등을 강화하겠다면서 첫 번째 카드로 내세운 게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여성계에선 전형적 포퓰리즘이란 반응이 나온다. '남성 챙기기' 메시지로 20대 남자, 이른바 '이대남' 표심을 공략하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날 선 지적까지 나온다. 여가부 역할과 기능을 정말 개선하고자 했다면 보여주기 식으로 부처 이름만 바꿀 게 아니라,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현실적 고민과 구체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여가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먼저 윤 후보는 여가부 새 이름으로 '양성평등가족부'를 제안했다. 명분은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실질적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게 이유다. 두 후보 모두 그래서 '양성평등'을 내세웠다.
양성평등을 내세운 두 후보가 그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남녀 육아휴직 확대, 돌봄공백 해소 위한 예산 확대, 긴급 보육 서비스 확대 등이다. 반복적으로 '확대'를 외쳤으니 뭔가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 제도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는 게 여성계의 지적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 돌봄을 여성의 몫으로만 보는 사회적 인식, 돌봐야 하는 아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돌봄교사 등의 근본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육아휴직 개월 수나 돌봄 기관 예산을 무조건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적 제도를 뒷받침할 사회적 시스템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더 애를 쓸 단계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결국 두 후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성평등'이 아니라 '2030 남성 유권자'라고 해석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가부 역할이나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이고 두루뭉술한 정책들을 들러리로 내세우면서 여가부 이름을 바꾸겠다는 건 의도가 너무 뻔하다"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자 2030 남성의 표를 얻으려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양 후보의 양성평등 주장은 또 다른 젠더 갈등만 낳을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갈등 원인들 들여다보기보다 움직이기 쉽다는 이유로 젊은 남성 집단에 구애를 보내는 방식은 득표에선 당장 유리하겠지만 사실 적대와 갈등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것"이라며 "'20대 남성=반페미니즘'을 기정사실화한 뒤 이들의 요구로 여성 정책 기반을 흔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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