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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다 남성?... '이남자'만 잡겠다는 이재명·윤석열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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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란히 '한곳'만 바라보고 있다. 20대 남성.
차기 대선 캐스팅보터로 20대가 떠오르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청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둘에게 20대는 오직 '이남자'(20대 남성)라는 것. '이여자'(20대 여성)는 뒷전, 혹은 잘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패착이다. 2017년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20~50대 남성보다 높았다. 더구나 '이여자'는 사실상 최대 캐스팅보터 집단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이여자'는 어느 쪽에도 마음 주지 않고 대선레이스를 조용히 관전 중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20대 지지율이 취약해 요즘 '청년 구애'에 열심이다. 청년 중에서도 남성 청년을 더 자주, 적극적으로 호명한다.
윤 후보는 지난달 청년공약을 발표하면서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등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며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20대 남성의 여가부 폐지 요구에 호응한 것이다. 윤 후보는 "청년층 관점에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대표 분야가 성범죄"라며 무고죄 처벌 강화도 약속했다. 역시 남성 중심의 공약이었다.
이 후보도 이남자 마음잡기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민주당 인사들에게 '2030 남자들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고, 9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건 옳지 않다"며 여성가족부 개편을 약속했다. 10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페미니즘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정당"이라는 홍 의원 지지자의 글을 공유하며 '이남자'에 대한 관심을 거듭 표했다. 11일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유예한다고 공약했는데, 역시 '이남자'가 핵심 타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둘의 더 큰 표밭은 '이남자'보단 '이여자'다. 리서치뷰의 지난 6, 7일 가상 양자대결에서 20대 여성 지지율은 이 후보(28%)와 윤 후보(25%)가 팽팽했다. 20대 남성 지지율은 이 후보(26%)보다 윤 후보(49%)에 기울어져 있었다. '이여자'는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비율이 29%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여자'는 적극적 투표층이다. 20대 여성의 지난 대선 투표율은 79%로, 20~50대 남성(71~77.9%)보다 높았다. 리서치뷰 조사에서도 '반드시 또는 가급적 투표를 한다'고 답한 '이여자'(93%)가 '이남자'(84%)보다 많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11일 "20대 여성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세가 강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엔 관망하는 중"이라며 "20대 남성들의 보수화가 뚜렷한 것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청년 전략이 반쪽인 건 '유권자=남성'으로 설정한 여의도의 관성적인 시각 때문이다. 특정 커뮤니티 등에서 돌출하는 소수의 과격한 목소리만 귀담아 듣는 것도 문제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선캠프는 자발적으로 사람이 모이고 늘 시간에 쫓겨 일을 하는 곳이라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현재 대선캠프가 내놓는 공약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대선후보들이 이른바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셈이다.
이 같은 피상적 접근으로는 20대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대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이유를 젠더가 아닌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며 "4050세대의 기득권을 깰 노동유연성 확보, 연금개혁, 부동산개혁 등의 해법을 내놓는 후보가 결국 '이남자'와 '이여자'의 마음을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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