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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적금융, 화석연료 중독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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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중 2위. 우리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 순위다.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 시민의 불안감이 빠르게 커지는데도, 한국은 G20 중 일본 다음으로 많은 공적자금을 여전히 화석연료 사업 지원에 쓰고 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최근까지 또 다른 오명을 갖고 있었다. 중국, 일본과 함께 해외 신규 석탄 발전 사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나라였던 것이다. 이는 다행히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적 자금의 해외 석탄 사업 지원 중단을 선언하며 일단락됐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석탄 너머에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화석연료도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화석연료 사용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중 석유와 천연가스의 비중이 무려 54%에 이른다. 40%인 석탄보다 많은 양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신규 석유 및 가스전 개발 사업 투자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천연가스의 맨 얼굴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친환경 연료로 불리지만 석탄 못지않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천연가스의 채굴과 정제, 액화, 수송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합하면 석탄의 그것에 약 80%에 달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 두 화석연료의 해외 사업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들은 공적자금 141조 원을 해외 석유 및 천연가스 사업에 지원했다. 해외 석탄 발전에 투입된 11조 원의 무려 13배 규모다. 석탄 금융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문제는 화석연료 투자가 공적 금융의 재무건전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IEA는 향후 30년간 석유와 가스 수요가 각각 75%, 5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들 사업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이른바 ‘좌초자산’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위험을 감지한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올해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6) 의장국인 영국은 지난해 석탄뿐 아니라 전체 화석연료 해외 사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화석연료 투자 중단 선언을 추진, 미국 캐나다 등 29개 국가와 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해야 할 때다. 석탄을 넘어, 이제는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제공 중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재빠른 녹색금융으로의 전환이야말로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이고, 산업과 공적 금융의 건전성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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