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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속 카나리아, 한국증시

입력
2021.11.12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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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면서 상승 추세에 있지만, 우리나라 주가지수는 올해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원인을 경제 전망과 정책 당국의 대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한미 경제와 기업수익 전망에서 주가 차별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와 44%였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민간소비 비중이 70%로 높았고 수출 비중은 12%로 낮았다.

코로나19가 한미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침체 정도가 가장 낮았다. 내구재 중심으로 세계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수출이 증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가전제품을 포함한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구재는 다시 구입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미국 가계 소비지출 내용을 보면, 올해 4월까지 내구재 소비가 코로나 경제위기 직전보다 39%나 늘었다. 그러나 5월부터는 내구재 소비액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9월까지 8%나 감소했다. 이와는 달리 ‘위드 코로나’로 소비지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 소비는 올해 하반기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 패턴이 다른 나라 경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내구재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서비스 지출이 늘어나면서 GDP에서 소비 비중이 높은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도 내년 한국 기업이익 전망치를 낮추고 있지만, 미국 전망치는 높이고 있다.

다음으로 정책 당국의 정책 대응에서도 한미 주가 차별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정책 당국은 금융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부채 특히 가계 부채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고 집값 등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회사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전혀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주 개최되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단행했지만,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되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를 환영하면서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따지고 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로 한국(2.1%)보다 더 올랐다. 미국의 금융불균형 정도도 심각하다. 올해 2분기 미국의 총 부채가 GDP의 382%로 매우 높았다. 여기다가 순대외부채도 GDP의 6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대내외불균형이 확대되었다.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발생했다. 2분기 현재 미국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GDP의 332%로 역시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 평균(180%)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도 53%로 2000년 정보통신거품 붕괴 직전의 47%나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48%보다 높다.

예일대 교수인 스티븐 로치는 한국 금융시장을 위기를 조기경보한다는 뜻에서 '탄광 속 카나리아'라 했다. 미국주가가 계속 이렇게 가기는 힘들다. 결국 한미 주가 차별화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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