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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이해하는 세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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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갈등을 넘어 존중과 공존을 말하는 시대가 됐지만, 실천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모색한다, 공존’은 다름에 대한 격려의 길잡이가 돼 줄 책을 소개합니다. 허윤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냉전시대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 중 모스크바 빈민가를 떠돌던 '쿠드랴프카'는 과학자들에게 발탁돼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한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발사 일주일 후 고통 없이 죽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약 40년이 지난 1999년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그는 우주 발사의 고온, 고음, 진도 등을 견디지 못하고 발사 후 몇 시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에 간 첫 번째 동물로 알려진 개 '라이카'는 쿠드랴프카의 종 이름이다.
이 실험은 우주 공간에서 생물체가 생존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는 기점이 됐다. 로켓에 생명체를 실은 채로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인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희생으로 여겨졌다.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오월의봄 발행)은 이러한 희생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질문하면서 동물 해방과 장애 해방을 연결시킨다. 동물은 말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양한 실험에 동원된다. 테일러는 어떤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 비장애중심주의이며 이것이 다른 종에 확대된 것이 종차별주의라고 지적한다. 이는 동물해방 담론이 '동물도 언어가 있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식의 능력주의 담론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동물이 인간과 같이 말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에만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정상적으로' 말하고 움직일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은 어떤 이유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
장애를 동물화하는 은유를 통해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그려 보자. 관절굽음증이라는 신체 장애가 있는 테일러는 어릴 적 동네 친구들로부터 원숭이 같다는 말을 들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쉽게 동물에 비유된다. 과거 유색인종은 동물과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기에 착취당해도 된다고 여겨졌다. 동물을 장애와 연결시키는 것은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사고하고 느끼는지, 무엇이 몸을 가치 있는 것, 착취할 수 있는 것, 유용한 것으로 만드는지에 관해 질문한다. 수어를 할 수 있던 침팬지 부이는 그 능력 덕분에 동물 실험이 진행되던 시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어를 배우지 못한 다른 침팬지는 여전히 실험 대상으로 쓰였다. 이런 차이와 차별은 누가 만들어냈을까. 이러한 구분은 장애인이 마주하는 정치·사회적 어려움을 개인이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슈퍼 불구' 서사로 만든다. 이에 대항해 장애학과 장애운동은 삶의 존엄성을 신체적, 정신적 역량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정의한다. 존엄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특정한 신체와 특정한 행동 방식이 더 나은 것이라고 평가하는 세계관 자체의 변화가 생겨난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최근 '짐을 끄는 짐승들'의 이 같은 문제의식을 무대화한 국립극단의 연극 '로드킬 인 더 씨어터'를 관람했다. 인간과 비인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해체하는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비둘기, 개, 고라니 등의 역할을 맡아서 연기한다.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의 구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여행길에 오른 가족의 차에 치여 죽는 고라니, 올림픽 성화 봉송에서 불타는 비둘기, 아름다운 경치를 위해 투명한 유리창으로 뒤덮인 건물에 부딪혀 죽는 새가 돼 동물의 고통과 희생을 표현한다. 인간은 이들의 고통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관찰한다. 연극은 관객이 이 유리창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만듦으로써 동물을 주체로 호명한다. '로드킬 인 더 씨어터'의 쿠드랴프카는 다른 개보다 자신이 우주선의 압력과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차피 돌아와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훈련에 끝까지 참가한다. 그의 선택은 인간을 위한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자, 이제 동물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봐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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