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위드 코로나로 중환자 급증 "어떻게 버텼는데..." 간호사들 '망연자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덕분에 챌린지'를 하면서 뭔가 바뀔까 기대했는데, 달라진 건 없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맞서 의료 현장을 지켜온 간호사들 사이에서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호소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시행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확진자가 급증한 조짐을 보이자 간호사들은 정부가 하루 속히 간호 인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확진자 병상이 있는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진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현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간호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간호사의 업무량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
보라매병원은 서울 소재 시립병원 중에서도 간호 인력난이 심한 편이다. 확진자 병상은 지난달 기준 231개이지만 간호사 수는 137명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이 병원은 중증 환자가 많아 일대일 방식의 집중 간호가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 1명이 많게는 환자 2명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9월 말 발표한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에 따르면 중증(중환자) 병상은 간호사 1명당 환자가 0.56명 수준이어야 하지만, 이 병원의 간호 부담은 기준치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 병원 간호사 김경오(29)씨는 "중증 환자는 1분 1초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데, 방호복 착용으로 행동이 무뎌진 상태에서 많은 수의 환자를 돌봐야 한다"며 "인력이 부족해 신속하고 빠른 대처가 어렵고 실제 근무시간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버티다 못한 간호사들이 줄줄이 사직 의사를 밝힌 터라, 실제 사직하려면 6, 7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김씨는 "퇴사자가 많아 신규 채용을 해도 인원이 늘지 않고 있다"면서 "동료들이 자포자기를 한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요양병원에서 집단적 돌파감염이 잇따르는 것도 간호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평소에도 거동이 불편해 누워 지내는 '와상(臥牀·침대) 환자'들이 대거 코로나 전담병원에 이송돼 병상을 차지하면서 간호 부담이 배가되는 탓이다. 이현섭(34)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간호사는 "주사 처치 등 기본 업무에 더해 와상환자는 식사시간 내내 보조를 해야 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조치 완화가 뒤따르는 위드 코로나 조치 시행으로 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지난 1년 9개월가량 방역복을 입고 격무에 시달렸던 간호사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김정은(41) 서울서남병원 간호사는 "병원 직원들은 감염 우려 때문에 외부 활동이나 식사도 조심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어렵다"며 "확진자가 줄면서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는데, 위드 코로나 때문에 중환자가 늘 거라는 생각에 이제는 허탈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최근 7,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수도권 주요 병원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자, 일선에선 정부가 현장 사정을 모른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김경오씨는 "간호사가 없는데 확진자 병상이 늘어나면 누가 환자를 돌보겠냐"며 "간호 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들의 집단 반발도 가시화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대병원 및 보라매병원 간호사가 포함된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축소 등을 요구하며 이날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려다가 병원과 극적으로 타협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