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실수사 언급하며…'대장동 특검 거부' 한발 물러선 이재명

'대장동 청문회'로 진행된 관훈클럽 토론회
'檢 수사 미진' 전제 달아 조건부 특검 수용
기본소득 지적엔 "박근혜가 가장 먼저 도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다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는 '조건부 특검론'을 꺼냈다. 전제를 달긴 했지만 특검을 완강히 거부해온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고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민주당 발맞춰 '조건부 특검론'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검찰의 수사를 일단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 수용 조건에 대해선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초기 자금 조달 관련 부정 비리를 알고도 덮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거론했다.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와 보조를 맞췄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여야 합의하에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장동 의혹과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동시에 특검을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동시 특검'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특검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윤 후보가 특검을 빙자해 수사 회피, 수사 지연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文정부 100% 잘한 것 아니다" 차별화 강조

이 후보가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그는 "3기 민주당 정부가 100%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은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현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부동산'을 꼽은 것이다. 그는 2일 당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사과했었다.

동시에 '이재명표 공약'을 강조했다. 대표공약인 기본소득 액수(임기 내 전 국민 연간 100만 원 지급)가 적다는 지적에 "2만 원이 없어 아버지를 유기해 존속살인죄로 재판받는 사람이 있다"며 "제가 새롭게 주장하는 별난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시도했고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 포함돼 있다"고 응수했다.

약점으로 평가받는 20대 남성 표심을 의식한 듯,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자는 주장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남녀 간 차별과 격차가 실존한다"면서 "여성 입장에서도 여성이라 배려받는 기분이 좋을 거 같진 않다"고 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찬성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에는 "당연히 해야 할 입법"이라면서도 "강행 처리로 갈등을 극화하는 방식보다 시간이 걸려도 사회적 합의와 타협에 이르러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대장동 청문회'... 작심한 듯 긴 해명

이날 토론회는 '대장동 청문회'를 방불케 할 만큼 대장동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 후보는 작심한 듯 인사말로만 20분을 할애해 대장동 의혹과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장동 관련 질문에 이 후보의 해명성 답변으로 토론회는 예정 시간을 30여 분 넘겨 마무리됐다.

그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선 "사람을 골라 쓰는 점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직원을 잘못 관리했다' '100% 유능하지 못했다'는 지적 외에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질문이라기보다는 공격이다",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오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질문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패널이나 질문에 대한 평가는 신경 써 달라"는 지적을 받았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김세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