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네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공부를 잘한다고 항상 시험을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고 쉬운 문제임에도 실수를 한다.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평소 실력보다 시험 성적이 잘 나오기도 한다. 모르는 문제를 찍었는데 대부분 맞았기 때문이다. 시험뿐만 아니라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그날의 운(運)이 그렇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운을 네 가지로 나눈다. 크게는 누구나 10년마다 바뀌는 대운(大運)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운이 왔다는 것은 새로운 10년 운이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대운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대운 수(數)는 각각 0(10)부터 9까지 다르다. 즉 사람(四柱)마다 다섯 살 또는 일곱 살 단위 등으로 대운이 바뀐다. 해마다 오는 연운(年運, 歲運)도 있다. 월운(月運)과 그날 하루의 운인 일진(日辰)은 작은 운에 속한다.
고대에는 날짜를 60갑자(甲子)를 사용했다. 일진으로 길흉(吉凶)을 결정하는 행위가 택일(擇日)이다. 결국 '좋은 날을 가린다'는 뜻이다. 진(辰)은 '날(때) 또는 별자리'의 뜻을 지닌다. 12지지에서는 '용'을 의미하는 '진'으로 발음한다. 한편 생일(生日)의 높임말인 생신(生辰)은 '신'으로 부른다.
시험 당일의 운은 일진이 중요하다. 사주에서 시험과 관련된 십성(十星, 十神)은 학문을 담당하는 인성(印星)이다. 타고난 사주에 인성이 있는 경우 학문과 인연이 있다. 또 청소년기 대운(10년 운)에 인성이 오면 공부에 관심을 쏟는다. 다만, 청소년기에 재성(財星) 운이 오면 인성을 극(剋)하므로 학업에 뜻을 잃는다. 재물(財物)은 학문과 대척점에 있다. 이를 재극인(財剋印)이라 한다. 합격뿐 아니라 집 등의 매매 운도 인성을 봐야 한다. '도장 인(印)'을 쓰는 이유다.
인성은 사주의 주체인 일간(日干, 생일 위 글자)이 나머지 일곱 간지(干支)의 오행(五行, 木火土金水)에서 생(生)을 받는 오행이다. 예를 들어, 사주 일간이 목(甲·乙)일 경우 수(壬·癸, 子·亥)가 인성(水生木)이 된다. 인성도 음양(陰陽)으로 구분하므로 일간의 음양 중 같은 것은 편인(偏印), 음양이 다른 것은 정인(正印)이다.
수능 등 정규적인 학문이나 국가 공인 시험 등은 정인이다. 편인은 독창적이고 비주류 분야를 담당한다. 세상은 정인에서 편인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이 중요한 이유는 학벌이 취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단체 '교육의 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취업전선에서 출신학교 스펙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줄어들고 있다.
외국계 기업은 학벌보다는 직무에 맞춰 채용을 진행한다. 국내 대기업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처럼 새로운 채용 문화가 번지면서 취업 시장에서 공고했던 학벌 중심주의가 깨지고 있다.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1989년 해직 교사 출신 정영상 시인은 전인적인 교육보다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경쟁적인 학교생활을 비판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시집을 냈다. 같은 제목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이제는 사회적 관용구가 됐다.
18일 수능일은 60갑자로 경오(庚午)일이다. 시험은 어느 것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일진으로 인생이 좌우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