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에 현실성도 없다'...양당 대선후보의 무책임한 '돈 뿌리기 경쟁'

입력
2021.11.09 20:00
수정
2021.11.09 22: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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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올해 세금 유예해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꼼수
"50조 피해 보상" 야당은 뾰족한 재원확보 제시 못해
내년 1,000조 돌파하는데 국채발행에 의존할 판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습. 뉴스1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습. 뉴스1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가 앞다퉈 선심성 돈풀기 정책을 쏟아내면서 나라 재정상태가 수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악화된 재정 상황에는 눈감고 표심만 고려하는 두 사람의 행보가 향후 5년간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올해 세수를 내년으로 미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여당 방안은 꼼수일뿐더러, 가능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내년 정부 예산의 12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나 국채발행으로 충당하겠다는 야당의 계획에 대해선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세금 유예 ‘꼼수’…정부 “잘못된 주장”

9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내년 예산안에 편성, 내년 1월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필요 재원은 올해 초과세수를 납부 유예해 다음해 세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과 세수는 10조 원 안팎으로, 국가재정법에 따라 배정해야 하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 수입의 40%)을 제외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쓸 수 있는 재원은 크게 준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올해 11~12월 거둬들일 세금 납부시기를 6개월 정도 미뤄 내년도 세입에 편입, 초과 세수를 온전히 내년 사업 밑천으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1인당 20만~25만 원 지급할 방침이다. 이 경우 약 13조 원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당은 추가로 필요한 금액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는 걸 고려 중이다.

그러나 특정 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 납부를 유예한 전례가 없는 데다가, 여당이 이 방안을 추진할 경우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상환과 소상공인 지원에 쓰기로 한 정부와의 충돌도 불가피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세금 납부를 유예해도 여당 계산처럼 재원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금 납부시기를 미뤄 올해 세수를 내년 세입에 넣어도 그에 따른 교부금은 정산해줘야 한다”며 “여당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 말했다. 올해 세수를 내년으로 넘겨도 초과세수의 40%는 교부금으로 배정해야 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란 뜻이다.

편법적인 세금유예로 때아닌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금유예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경우 시행하는 일종의 국민 보호책"이라며 "여당의 세금유예로 만약 종합부동산세 납부 등이 연기될 경우 부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등 납부유예 세목에 따라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도 결국 국채발행 의존…경제성장 타격 우려

현 정부와 여당의 재정 확장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 역시 “취임 100일 안에 50조 원을 투입해 자영업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확정한 내년 예산(604조4,000억 원)의 8.3%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마땅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국채발행, 예산 지출 조정 등을 언급했을 뿐이다. 빠듯하게 맞춘 기존 예산안을 흔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려워 결과적으로 적자국채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히 증가한 국가부채 문제를 지적해 온 야당으로서 큰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 또한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윤 후보의 50조 원 마련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양당 후보가 재정을 바탕으로 막대한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국가재정 상황은 그럴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문재인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 정책으로 5년 만에 36%에서 50.2%로 급격히 악화됐다. 국가채무(963조9,000억 원·2차 추경 기준) 역시 사상 처음 1,00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재정점검보고서’를 통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5.4%포인트 상승, 선진 35개국 중 상승폭이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도 급속히 낮아지고 있어 ‘마이너스 성장’ 경고등까지 켜진 상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위기가 올 때마다 손쉽게 나라 곳간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빚 불감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며 “재정 포퓰리즘으로 인한 국가채무 급증은 재정운용 여력을 줄여 결국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세종=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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