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도 들었다... 비건 가죽 찾는다면 '한지 가죽' 어때요?

입력
2021.11.1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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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한 한원물산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지 가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 브랜드 '하운지'는 외국인도 한지를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고려해 지은 이름이다. 한원물산 제공

정우한 한원물산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지 가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 브랜드 '하운지'는 외국인도 한지를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고려해 지은 이름이다. 한원물산 제공

최근 세계 패션산업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그중에서도 의류, 가방, 신발에 두루 쓰이는 가죽을 식물성 가죽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각국에서 버섯, 파인애플 잎, 선인장 등 다양한 소재가 동물성 가죽의 대체제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지 가죽이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김정숙 여사가 들어 주목받은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 '페리토(PERITO)'의 가방도 국내 한지 가죽 업체인 '한원물산'에서 만들었다.

김정숙(오른쪽) 여사가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브리짓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김 여사가 들고 있는 가방이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인 페리토(PERITO)의 가방으로,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로마=연합뉴스

김정숙(오른쪽) 여사가 지난달 30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브리짓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김 여사가 들고 있는 가방이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인 페리토(PERITO)의 가방으로,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로마=연합뉴스

11일 전화로 만난 정우한(54) 한원물산 대표는 "그간 개발에 집중하느라 마케팅에는 신경을 못 썼는데 영부인 덕분에 홍보 효과가 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한지 가죽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무역 업체를 통해 '한국 영부인이 든 가방 가죽이 샘플을 보내 줬던 한지 가죽이 맞냐'는 문의가 온다고 귀띔했다.

한원물산은 2014년 창립한 업력 7년의 기업이다. 한섬을 시작으로 섬유 업계에서 줄곧 일해 온 정 대표가 TV에서 우연히 한지를 이용해 옷과 가방을 만드는 모습을 본 게 시작이었다. 그는 "한지가 소재로 쓰일 수 있게 낱장이 아닌, 롤(Roll)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면 승산이 있겠다"라는 생각에 회사를 세웠다. 5년간 기술 개발을 거쳐 한지에 면, 레이온 등을 접합한 뒤 특수코팅을 하는 지금의 한지 가죽이 탄생했다. 정 대표는 "한지 가죽은 폭 130㎝ 롤로 생산해 신발, 가방, 의류(패치용), 가구를 비롯한 패션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재 등에 동물성 가죽과 인조 가죽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비건 가죽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스페인의 '피나텍스'의 경우 원단 1야드(약 0.9m)에 7만3,000원 상당이지만 한지 가죽은 같은 크기의 원단이 2만9,000원 수준이다. 한지의 원료가 닥나무인 덕에 항균, 소취 기능이 뛰어난 것도 다른 비건 가죽에서 찾을 수 없는 장점이다.

정우한 한원물산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지 가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 브랜드 '하운지'는 외국인도 한지를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고려해 지은 이름이다. 한원물산 제공

정우한 한원물산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지 가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 브랜드 '하운지'는 외국인도 한지를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고려해 지은 이름이다. 한원물산 제공

한지 가죽은 폐기 과정에서도 생분해돼 친환경성이 뛰어나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국제기관에 의뢰해 생분해 인증을 받기 위한 시험 중인데, 135일 만에 83.69%가 생분해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한지 가죽은 다른 비건 가죽과 비교해도 특히 빠르게 생분해된다"며 "한지 가죽이야말로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소재"라고 강조했다.

한지 가죽은 동물 가죽뿐만 아니라 폴리우레탄(PU) 등으로 만드는 인조 가죽도 대체하고 있다. 당장 SK, 신한금융지주 등 여러 기업이 2022년 다이어리 가죽을 PU 에서 '하운지'로 대체한다. 하운지는 '한지'를 외국인도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한, 한원물산의 한지 가죽 브랜드다.

정 대표는 "피나텍스와 비슷하게 개발을 시작했는데, 피나텍스는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다 보니 우리가 인지도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 비건 가죽 시장에서 하운지가 한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소재로 자리잡고, 기후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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