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굴삭기 기사 "특수고용직은 요소수 사태에 더 치명타”

입력
2021.11.09 16:45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덤프트럭, 레미콘, 굴삭기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특수고용직이라 요소수를 각자 구매해야 하는데, 1주일 사이에 1통에 1만 원을 밑돌던 가격이 10만 원 넘게 치솟았다. 그것도 구하기 힘들어 2~3일 후에는 일을 못하게 될 것 같다."

덤프트럭 기사 김정석씨의 하소연이다. 하루 200∼300㎞를 운행하는 덤프트럭에는 하루 평균 10L 정도의 요소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격이 10배 넘게 치솟아 한 달 기준 비용 부담이 최대 80만 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김씨는 "매달 250만 원씩 덤프트럭 할부를 갚으며 일을 하는데, 요소수 때문에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마지막 남은 요소수로 청와대 앞까지 차를 몰고 가 시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소수 품귀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요소수는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사용된다. 대형 경유차인 덤프트럭·굴삭기·레미콘 차에는 필수적이다. 수도권에서 레미콘 차를 운행하는 김봉현 기사는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요소수를 나눠 쓰고 있지만, 열흘을 못 넘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요소수 품귀 사태의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노조가 지난 7~8일 이틀간 조합원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2.4%는 '요소수 문제로 장비 가동을 못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등을 통한 해외 직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3.5%에 달했다.

이들 상황이 심각한 것은 개인사업자와 유사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고용돼 고정적인 급여를 받는 게 아니다 보니 원가비용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화물차 기사들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대형 화물차는 월 매출이 약 800만~900만 원, 원가가 약 600만~700만 원이어서 실질 소득은 200만~300만 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런데 유가에 이어 요소수 비용까지 월 200만 원 가까이 인상돼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영철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10년 이상 된 건설기계보다 새로운 건설기계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최근 새 장비들이 대거 도입됐고, 이 때문에 이번 요소수 파문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는 정부 책임도 일정 부분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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