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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연결된 우리를 꿈꿉니다. 독자, 콘텐츠, 뉴스룸이 더 친밀히 연결된 내일을 그려봅니다. 늘 독자를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일보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연결을 꿈꾸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한국일보 뉴스룸의 이야기, '연결리즘'에서 만나보세요.
“신문사에서 팔찌 제작 발주를 넣겠다고요?”
지난 10월 내내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 액세서리 상가를 샅샅이 뒤졌다. 보라색 매듭팔찌에 어울리는 얇은 은팔찌를 이어보고, 온갖 펜던트를 겹쳐보면서. 마침내 완성된 하나의 샘플 상품. 첫 거래를 트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한 상인은 ‘언론사에 납품하기는 또 처음이네’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기자가 이런 일까지 해요?”라는 질문이 이어질까 봐, 차마 스스로를 기자라 밝히지는 않았다.
이 모든 밑작업은 18일 열리는 본보 뉴스레터 ‘허스토리’의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준비를 위한 것이다. 허스토리는 올해 4월 1일 첫 메일을 보낸 이후 매주 목요일마다 한 주의 뉴스를 젠더 관점에서 큐레이션하고 이슈를 해설한다. 성평등 가치를 중요시하는 젊은 독자가 주 타깃 독자다. 숨겨진 여성 인물과 서사를 발굴하겠다는 것을 기치로 내세웠다.
‘독자와 더 끈끈하게 연결되고 싶다. 조각조각 난 공론장에서 맥락을 풍성하게 전달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고 싶다. 공동체의 분열이 아닌 통합에 기여하는 저널리즘이고 싶다.’ 문장에 명징하게 드러낼 수 없는 진심을 행간에 꾹꾹 눌러 메일을 보낸다. “허스토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친구에게 구독을 권유하는 것뿐이네요” “지치지 말고 끝까지 지속해 주세요” 애 닳는 응답이 독자 피드백 페이지에 켜켜이 쌓인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매체와 독자를 단단하게 엮는 건, 애써 발랄해 보이려는 이모티콘이나 다정하게 말을 거는 말투 같은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다.
지난 4일 첫 인터뷰 출고를 시작으로 허스토리는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 프로젝트의 닻을 올렸다. 정치·대중문화·창업·커리어·과학·지역·글쓰기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여성의 서사를 10여회에 걸쳐 담는다. 이 개척자들의 서사를 통해 독자들과 더 단단히 연결되려는 취지다.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을 만나러 가겠다는 의지다.
마음을 한데 모을 구현 방식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18일 오전 열리는 크라우드 펀딩에 후원한 독자들께는 프리미엄 뉴스레터가 발송된다. 도매 시장을 발로 뛰어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굿즈, 그리고 독자와의 만남도 제공된다. 확장된 세계관 안에서 독자는 수동적 수용자에 그치지 않는다. 소속감을 느끼고, 구독자임을 상징하는 굿즈를 착용하면서, 허스토리와 직접 만나 프로젝트 과정을 공유한다. 누군가는 유료 구독 실험, 멤버십 후원 모델 등으로 범주화할 수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로의 첫 걸음이다. 신뢰와 연결로 매개된 독자 커뮤니티 말이다.
과거의 작은 실험들이 모여 지금에 이르렀다. 2019년,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 조명한 ‘스타트업! 젊은 정치’ 시리즈는 젊은 정치인을 한 자리에 초대하는 것으로 10회 연재의 대미를 장식했다. 기성 정치권에 의해 마이크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던 젊은 정치인들은, 기획 기사에 대한 감상을 나누며 마음껏 연설했고 일부는 기사가 됐다. '만남'이 언론사의 활동 영역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언론사가 이런 것까지 하나요?’ 새로운 시도에 곧잘 따라붙는 반응이다. 좋은 보도를 하면 독자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 아니냐고. MZ세대 내에서 유행인 성격유형검사 MBTI를 활용한 참여형 콘텐츠를 만들고, 인터뷰 전문 기자의 콘텐츠를 토대로 엄마를 인터뷰할 수 있는 길잡이 책을 출판하고 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습이 어쩐지 ‘레거시 미디어’스럽지 않았던 걸까. 산발적이고 우연으로 보이는 일련의 실험은 일관되게 같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독자님들, 지금 한국일보와 만나 재밌는 시도를 함께 해봐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에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와 비등한 정도로 중요한 책무는 “저널리즘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시민들이 중요한 사안들을 흥미롭게 그들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2009)”는 것이다. 독자들이 지금 주목해야 할 화두나 의제에 친절하고도 색다른 초대장을 보내는 일, 주저할 건 또 무언가.
때 마침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흥미로운 실험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0월, 미국 안에서 네 번째로 많이 읽히는 일간지 ‘LA 타임즈’가 독자 관리 영역의 확장을 발표했다. 세간의 이목은 팀 리더인 사만다 멜버른위버의 입에서 나온 유례 없는 구상에 꽂혔다. 이른바 온라인 유행물인 ‘밈(meme)’을 이용해 독자의 참여를 높이는 ‘밈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형식과 목소리를 실험하고, 콘텐츠로 대화를 시작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며, 현재 LA 타임즈를 자신의 세상에 두고 있지 않은 이들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단어를 몇 개만 바꾸어, 한국일보 뉴스룸의 지속적인 고민과 허스토리의 도전을 알리는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독자 여러분! 허스토리의 목소리를 담아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콘텐츠로 대화를 시작하고, 독자와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면서 한국일보와 멀리 있는 분들과 연결되고 싶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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