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만에 빗장 푼 美…미국행 예약 450% 급증

유럽·브라질·인도 등 33개국 대상 입국제한 완화
미국 주요 도시 공항에서 '코로나 이산가족' 상봉
美 여행·숙박업체 항공권 및 숙박 예약도 급증

영국 런던에 머물다 8일 미국 시애틀 시택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노부부가 한 살배기 손주를 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시애틀=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8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여성이 마중 나온 아들과 포옹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썰렁했던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이 8일(현지시간) ‘눈물 바다’로 바뀌었다. 미국이 이날 유럽 등 33개 국가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입국 제한을 완화하면서 수만 명이 입국해 그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 연인들과 감격의 상봉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외국인 대상 입국 제한 조치를 푼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여 만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주요 도시의 국제공항은 오랜만에 재회한 가족들로 붐볐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머물던 데보라 비토리니(56)는 이날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생후 3주 된 손자와 함께 마중 나온 딸을 만났다. 작년 3월 이후 처음이었다. 비토리니는 “딸과 손주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려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도 구자라트주(州)에서 비행기를 타고 26시간 후 미국 땅을 밟은 졸리 데이브(30)도 2년여 만에 남자친구와 다시 만났다. 데이브는 “드디어 애플(아이폰)의 벽이 무너졌다. 휴대폰 영상통화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온기가 있다”며 연인을 꽉 끌어안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8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남성이 재회한 가족과 껴안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8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한 여성이 손녀를 안고 뺨을 쓰다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지난해 2월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연합(EU), 영국, 인도 등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확대해 왔다. 국경을 접한 캐나다와 멕시코 등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여행협회(USTA)에 따르면 입국이 제한됐던 33개국 입국자가 2019년 전체 외국인 입국자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53%였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미국은 지난 9월 외국인 대상 여행 제한 완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입국 제한 완화 조치가 처음 시행되면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와 출국 전 사흘 이내 코로나19 음성 판정 증명서만 있으면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오늘부터 미국이 운영을 재개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8일 공연가들이 미국의 외국인 입국 제한 완화 조치를 축하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인 멕시코 티후아나에 7일 미국으로 가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티후아나=AFP 연합뉴스

여행·숙박업계도 이번 조치에 모처럼 활기를 띠게 됐다. 미 델타항공은 6주 전 입국 제한 완화 발표 후 미국행 항공권 예약이 450%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도 이날 입국 제한 완화 33개국에 33편의 항공편을 편성했다. 아메리칸항공 역시 입국 제한 완화 발표 후 사흘 동안 영국과 미국 간 항공편 예약이 66%, 유럽-미국은 40%, 브라질-미국은 74% 각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호텔 체인 하얏트그룹도 이번 주 숙박 예약의 50%는 입국 제한 완화 발표 후 이뤄졌다고 밝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