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솜씨에 놀아나 보란 것" 국민의힘이 이재명의 토론 제안 거부한 까닭

국민의힘 원내사령탑 김기현 라디오 인터뷰
이재명, 윤석열에 일대일 토론 제안? "꼼수"
"대장동 의혹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쇼" 비판
50조원 손실보상 재원? "취임 후 추경 편성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내가 말 잘하니까, 내 말솜씨에 당신 한번 놀아나 봐라, 이거 아닙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제안한 일대일 토론을 두고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꼼수", "국면전환용 쇼"라고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이 후보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며 일대일 토론을 제안했고, 윤 후보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상태. 도지사로서의 행정경험, 토론 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이 후보의 발 빠른 '정책 공세'였다. 다만 윤 후보 입장에선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를 토론하자는 데 못하겠다고 발을 빼기도 난감한 입장.

이재명 일대일 토론 제안? "대장동 비껴가기 위한 국면전환용 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송영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 제안 자체를 깎아내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본인의 대장동 비리 의혹을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일대일 토론을 제안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본인은 선대위 다 꾸려놓은 상태지만, 우리 후보는 아직 선대위 구성도 안 되고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시점에서 느닷없이 회동하자는 건 '내가 말 잘하니까 내 말솜씨에 한 번 당신 놀아나 봐'라는 건데, 그건 예의가 아니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토론이야 언제든 가능하지만, 각자의 선거전략이 따로 있다. 이 후보 본인이야 말 잘하지만, (말 보다)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차이를 갖고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라며 '정치신인' 윤 후보의 부족한 토론 능력 방어에도 나섰다.

취임 후 100일 내 50조원 손실보상? "추경 편성하면 가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꽃다발을 받은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 원내대표는 윤 후보가 내놓은 50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패키지 구상' 관련 포퓰리즘이란 비판과 함께 당장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해 재원 조달 방안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출범 이후 추경을 편성하면 된다"고 맞섰다.

그는 "당장 금년 예산 쪽에 다 반영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집권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짜놓은 예산을 재편성해야 된다. 그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그에 맞춰서 공약을 실천할 방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100일 이내'로 못 박은 시점은 너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100일이면 석 달이 넘는 기간인데, 민주당 같은 경우 추경 내놓고 거의 한 달 만에도 강행 처리했던 것 같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50조 원 공약'이 당과 충분히 상의된 내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50조 원 공약은) 경선 과정에서 일어났던 공약이기 때문에 당과 충분히 논의했던 공약은 아닌 것은 맞다"라면서도 "후보가 된 다음에 그런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니까,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