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허스토리’는 젠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8시 발송되는 뉴스레터를 포털 사이트에서는 열흘 후에 보실 수 있습니다. 발행 즉시 허스토리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메일로 받아보시면 풍성한 콘텐츠, 정돈된 화면, 편리한 링크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구독하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herstory
Her Words : 여성의 언어
저는 남이 헛소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핫펠트, 여.돕.여 인터뷰 중
Her View : 여성의 관점
<29> "당신을 도운 여자는 누구였나요?"
(11월 4일자)
독자님, 안녕하세요. 허스토리입니다. 지난주에 예고했듯 오늘(11월 4일) 허스토리의 새 프로젝트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를 공개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자신이 분투하는 곳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가며, 결과적으로 다른 여성을 돕는 이들의 서사를 기록하는 인터뷰 시리즈인데요. 인터뷰의 첫 두 편은 더 많은 분들과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전문을 공개했어요.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핫펠트 "나는 살아서, 살아남을 거야"
매 순간 '네가 뭔데'라는 핀잔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여성들이 있다.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서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여자. 그럼에도 세간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고 가부장제 억압에 있는 힘껏 몸으로 맞서 싸우는 여자. 이러한 비판은 '미성숙' '충동적'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덕지덕지 붙은 젊은 여자가 주체로 나설 때는 더욱 증폭된다.
아이돌 '원더걸스' 출신 아티스트 '핫펠트(32·본명 박예은)'는 이런 공격의 정점에 있는 여성이다. 원더걸스의 예은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벗어 던지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름 '핫펠트('진심어린'이라는 영단어 heartfelt에서 따왔다)'로 돌아왔을 때, 아이돌 스타의 산실인 JYP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힙합 레이블 '아메바 컬쳐'로 옮겨 자신만의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비난이 뒤따랐다. '아이돌 출신인 네가 뭔데, 너만의 표현을 추구하느냐고.'
지난 8월, 그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사회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 어떤 이들은 또 한번 손 쉬운 비아냥을 반복했다. "아이돌 출신 가수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뭘 안다고?" 고작 "네가 뭔데"라는 한 마디로 개인의 격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얼마나 간소하고 무성의한 공격인가. 이 모든 무례함에 담긴 속내는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젊은 여성'에 대한 반감이리라.
몸무게에서부터 쇄골의 날렵함, 인중의 솜털까지. 마치 쇼윈도 속 상품을 부위 별로 품평하듯 한국 사회는 얼마나 여성 아이돌의 외모와 태도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왔나. 이런 세태 속에서 '텔 미' '노바디' 등 히트곡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전직 아이돌이 "꽃으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소신을 또렷하게 밝히기 쉽지 않았을 터.
호락호락하게 세상이 요구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에겐 곧잘 '악플'과 '싫어요'가 따라다닌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늘 '좋아요' 수에 버금가는 '싫어요'가 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페미니스트 행보를 비판하는 익명 모욕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핫펠트는 결코 굴하지 않으며, 더 많이 쓰고 더 크게 노래할 것이다. "찌를 테면 찔러봐 멋대로 퍼부어봐. 사람들은 말하지 넌 껍데길 뿐이라고. I'll be alive will survive 주인공은 never die (나는 살아서 살아남을 거야, 주인공은 죽지 않아)"라 그가 쓴 자전적 가사처럼.
먼 훗날 '대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보다 '나다운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다는 핫펠트를 9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났다.
▶인터뷰 전문 보려면 https://url.kr/h3p2x6
여.적.여? 여.돕.여!
'여자의 적은 여자?' 이런 편견 가득한 통념이, 더 이상 개인의 성취와 성장을 가로막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허스토리>의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 프로젝트는 시작됐어요.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새 판을 짜다보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면서도 서로를 리스펙하는 댄서처럼,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현란한 드리블로 팀워크를 자랑하는 여성들처럼, 보란 듯 '여적여' 프레임을 전복하며 '경쟁하는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허스토리>는 앞장서 여성의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존재만으로 다른 여성들을 돕는 여성 10명을 인터뷰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여러분과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여성들이 서로의 '적'이 아닌 '힘'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새 판 짜기 프로젝트, 11월 4일부터 시작됩니다!
▶ '여.돕.여' 프로젝트 자세히 보려면 https://url.kr/d3z4mc
※ 포털 정책 상 본문과 연결된 하이퍼링크를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Her Story : 여성의 이야기
인터뷰어의 노트
핫펠트와 나눈 2시간 가량 대화를 한국일보 '프란'과 함께 기록했어요. 그 날의 다정한 대화를 함께 영상으로 나누고 싶어요. (→ 유튜브 보기 https://youtu.be/isNhIHbg2gQ)
지난 8월, 핫펠트가 법무부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소식을 듣고, 꼭 그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 허스토리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판을 개척하는 여성도 무척 리스펙트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부단히 목소리를 내며 균열을 내는 이의 서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특히 여성 연예인에게 제약이 심한 대중문화계에서 살아내고 있는 그를 가장 첫 인터뷰이로 섭외한 이유예요.
앞으로 허스토리 '여.돕.여'에서 여러분과 만날 여성들은 모두 이런 여성들입니다. 각자가 선 땅에서 뒷걸음질 치지 않고, 화석화된 세상을 조금씩 녹여나가며,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결과적으로 뒤따르는 여성들을 돕는 그런 여성의 서사를 길어내고 기록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독자님의 영토를 확장해나갈 때 참고할 레퍼런스가 됐으면 좋겠어요.
허스토리와 프란은 지금까지 5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매번 3시간씩 소요하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많은 인터뷰이들이 여.돕.여 프로젝트에 공감하며, 선뜻 자신의 살아온 길을 꺼내주었어요. 앞으로 남은 5번의 인터뷰도, 과연 지금 독자님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일지 곰곰이 고민하며 해나갈게요.
※ 본 뉴스레터는 2021년 11월 4일 출고된 지난 메일입니다. 기사 출고 시점과 일부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즉시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