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앞에 놓여진 요소수 1통... 아이도, 어른도 전국서 기부 행렬

입력
2021.11.08 20:30
수정
2021.11.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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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받은 소방서 "신속한 출동으로 보답할 것"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이 8일 오전 3시 54분쯤 광주 대인119안전센터 앞에 요소수를 내려놓고 있다. 광주=뉴스1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이 8일 오전 3시 54분쯤 광주 대인119안전센터 앞에 요소수를 내려놓고 있다. 광주=뉴스1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시민들의 요소수 기부 가 확산하고 있다.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그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은 소방관 등 일선에선 기부자들을 '요소수 요정'으로 부를 정도다.

8일 울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50분쯤 범서119안전센터 앞에 부부로 추정되는 남녀가 10L짜리 요소수 7통을 놓고 갔다. 이보다 늦은 3시 30분 쯤 광주 광산소방서 청사 소방차 차고 앞에도 익명의 시민이 빵과 우유 등 간식을 10L짜리 요소수 1통과 함께 두고 갔다.

모두 별도 메모나 편지는 없었다. 소방서 측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이들이 찍힌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먼 거리인데다 화질이 좋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엔 현대오일뱅크 울산KTX주유소가 10L짜리 요소수 30통을 울주소방서에 기부했다. 김준연 대표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언론으로 접하고 소방차가 출동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봐 기부했다"고 말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8일 오전 1시 50분쯤 울주소방서 범서119안전센터 앞에 부부로 추정되는 남녀가 10L짜리 요소수 7병을 놓고 가는 모습. 울주소방서 제공

폐쇄회로(CC)TV에 찍힌 8일 오전 1시 50분쯤 울주소방서 범서119안전센터 앞에 부부로 추정되는 남녀가 10L짜리 요소수 7병을 놓고 가는 모습. 울주소방서 제공

같은 날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경남 김해서부소방서 율하, 장유, 진례 119안전센터에도 남성 2명이 요소수를 두고 사라졌다. 한 남성은 율하에 3통, 장유에 1통, 진례에 1통 등 모두 5통을, 또 다른 남성은 장유에 요소수 3통을 기부하고 자취를 감췄다. 이번에도 요소수 외 메모 등은 남기지 않았다.

전남에서도 7일 오전 11시쯤 광양읍 고운님주유소와 역전주유소가 각각 요소수 10L 2통과 1통을 광양119안전센터에 기부했다. 이어 오후 3시에도 한 시민이 광양소방서 출입문 앞에 요소수 10L 1통을 두고 떠났고, 8일 오전 8시쯤 황길동 하포주유소가 요소수 10L 5통을 전달했다.

또 이날 오후 1시쯤 부산 해운대 중동 119안전센터에도 한 남성이 10L짜리 요소수 2통과 간식을 놓고 가는가 하면 서울 광진소방서 중곡119안전센터에서도 “소방서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메모와 함께 요소수 10L짜리 5통이 발견됐다.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빚어지면서 충남 일선 시·군의 소방서에 요소수를 들고 찾아오는 도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충남소방본부가 8일 전했다. 사진은 도민이 기부한 요소수를 들고 있는 소방관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빚어지면서 충남 일선 시·군의 소방서에 요소수를 들고 찾아오는 도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충남소방본부가 8일 전했다. 사진은 도민이 기부한 요소수를 들고 있는 소방관들. 연합뉴스

요소수 기부에 어린이들도 동참했다. 7일 오후 전주덕진소방서에는 초등학생 3남매가 아빠와 함께 금암119안전센터를 찾아 손수 들고 온 10L짜리 요소수 3통을 소방대원에게 건넸다. 요소수 상자에는 삐뚠 손글씨로 "서로서로 도와가며 살아요", "착한 나눔 함께해요"라고 쓴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보다 앞선 6일 오후 10시쯤에도 강원 춘천소방서 후명119안전센터 입구에 누군가 3.5L짜리 요소수 2통을 놓고 사라졌다. 요소수가 들어 있는 상자는 119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복귀한 119 안전센터 직원들이 발견했다. 당시 119안전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흰색 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가 40여 초 만에 빠져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소방당국은 "요소수 품귀 현상 때문에 119 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걱정해 요소수를 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속한 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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