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든 '윤석열 리더십'... 김종인 "사람 못 가리면 대통령 돼도 문제"

입력
2021.11.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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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강한 김종인과 관계 '딜레마'
이준석도 "2030 조롱하면 역풍"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 대선후보 신분이 된 윤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당 대선후보 신분이 된 윤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오대근 기자

'0선' 정치신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이 첫 관문이다.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얽혀 있는 문제라 난이도가 높다.

'킹 메이커'로 주가가 높아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2030세대의 지지를 업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후보 선거캠프의 해체와 대대적 노선 변경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간 자신을 도운 측근 그룹의 기득권을 박탈하는 것은 윤 후보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 전 위원장의 손을 잡고 '혁신'을 택할 건지, 모두를 아우르는 선대위를 꾸려 '원팀'에 방점을 찍을 건지 사이에서 결단하는 난제가 윤 후보 앞에 놓여 있다. 윤 후보의 인사 스타일과 갈등 해결 방식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종인 "선대위 전면 재구성"... 윤석열 "큰 선대위로"

윤 후보는 일단 '절충'을 선택했다. 8일 “대선이 특정 캠프의 선거가 되면 집권 후에도 유사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며 측근 그룹을 싸고돌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강팀'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광흥창팀' 등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다만 “현재 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당 전체가 하나가 되는 큰 선대위'라는 방향을 제시해 김 전 위원장의 구상과 거리를 뒀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을 “파리떼”라 부르며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요구했지만,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이되, 당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반영할 여지는 열어 두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좌장 격이었던 4선의 권성동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으로 정한 것도 김 전 위원장 얘기만 듣진 않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윤 후보 주변에선 김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김 전 위원장의 지나치게 강한 그립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중도 확장을 위해선 김 전 위원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만큼, 김 전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현실론도 상당하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새로운 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새로운 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뉴시스


김종인 "사람들 선별 못 하면 대통령 돼도 문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를 거듭 압박했다. 8일 채널A 유튜브에 나와 "윤 후보는 경선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11%포인트 가까이 졌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 캠프에 몰려드는 '자리 사냥꾼'을 잘 선별하지 못하면 대통령 당선에도 문제가 생기고, 대통령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도 가세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윤 후보 면전에서 "2030세대를 조롱하고 폄훼하면 돌아올 것은 역풍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홍 의원에 쏠린 2030세대 표심을 민주당 역선택의 결과라고 깎아내린 윤 후보 측근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압박에는 윤 후보의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의 '단독 컨트롤타워'로서 선대위 구성과 선거 전략·정책 수립 과정을 지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때 윤 후보와 냉랭했던 이 대표는 윤 후보에게 당내 권력이 몽땅 넘어가는 것을 막고 존재감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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