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고지전'...이재명의 규제 강화냐, 윤석열의 완화냐

입력
2021.11.08 18:00
수정
2021.11.08 2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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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조 vs 완화 기조 정면 충돌
이재명 '기본주택'에 윤석열 '원가주택' 맞불
공급도 공공 주도와 민간 주도로 노선 달라

20대 대선에서 격돌하는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20대 대선에서 격돌하는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년 대선 승리로 가는 길목에서 '부동산 고지전(高地戰)'을 벌인다. 현 정부 들어 집값이 두 배나 폭등한 탓에 부동산 시장은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격전장이다. 무주택자는 끊어진 주거 사다리에, 유주택자는 세금 폭탄에 분노한다.

부동산 정책의 중요도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인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죽비를 맞았다"며 뼈아픈 패배를 받아들였다.

두 후보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승리의 열쇠로 판단하고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공급 방식은 다르다. 이 후보는 공공 주도, 윤 후보는 민간 주도로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규제 관련 공약도 강력한 규제를 예고한 이 후보와 완화를 내건 윤 후보가 차이를 보인다.

이재명 '기본주택'에 윤석열 '청년원가주택' 맞불

8일 두 후보 측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임기 내 공급 목표 물량은 250만 가구로 동일하다. 이 후보의 기본 방침은 공공 주도로 공급해 주택을 사는 것(Buy)이 아닌 사는 곳(Live)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250만 가구 중 100만 가구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에서 30년 이상 거주 가능한 공공주택을 의미한다. 건축물만 분양하는 분양형과 건축물도 임대하는 임대형으로 구분된다. 기본주택 중 일부는 청년들에게 우선 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공급을 통해 현재 전체 주택의 5% 수준인 장기임대공공주택 비율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부동산 공약을 '1호 공약'으로 발표한 윤 후보는 민간 주도의 도심 내 공급 방식으로 차별점을 뒀다. 민간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규제를 풀고, 용적률도 높여줄 방침이다. 3기 신도시도 차질 없이 추진해 250만 가구 중 130만 가구를 수도권에 신규 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의 기본주택에 맞서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도 선보일 계획이다. 청년원가주택은 건설 원가로 공급하는 청년 맞춤형 분양주택이다. 분양가 20%만 내고, 80%는 장기 저리의 원리금 상환으로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5년 이상 살고 매도를 원할 경우에는 국가에 팔고, 매매차익의 70%는 입주자가 가져가게 된다. 공급 목표는 매년 6만 가구씩, 총 30만 가구다.

역세권 첫 집은 역세권에서 살고 싶어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이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상향 조정하고, 높아진 용적률의 50%에 해당하는 물량을 기부채납받아 역세권 첫 집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가를 주변 시세 대비 50~70%로 낮추고, 청년원가주택처럼 장기 원리금 상환 형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윤석열 주요 부동산 공약.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재명-윤석열 주요 부동산 공약.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재명 '규제 더 강하게', 윤석열 '규제 다 풀어'

두 후보는 부동산 규제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려 투기를 차단할 방침이다.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토보유세 전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조세저항을 줄이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 후보는 "극히 일부인 고가주택을 제외한 90% 가까운 가구가 납부토지세보다 기본소득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규제 기조를 이어가는 이 후보지만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투기를 막기 위해 조세부담, 금융제한, 거래제한을 강화하는 한편,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실수요 부동산에 대한 금융 지원은 늘린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비필수 부동산 소유자 고위직 임용 또는 승진 제한, 공직자 부동산 취득 심사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 부동산 전담 기구 설치, 분양가 상한제, 분양 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등도 제시했다.

윤 후보는 규제 일변도의 현 정부와 정반대로 규제를 풀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과 원활한 주거 이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인하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도 한시적으로 50% 감면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 보유세 급등을 막고, 전세난을 야기한 '임대차 3법'도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손보겠다고 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로 고통 받고 있는 신혼부부, 청년층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풀어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를 우선적으로 내건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아직 정책의 방향만 나온 만큼 공약이 다듬어지면 실현 가능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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