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한 대선... 응징·비호감·지뢰밭,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입력
2021.11.07 22: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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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키워드로 본 대선 의미·전망]

“정말 이런 대선은 처음이다.”

‘이재명 대 윤석열’이라는 대선 대진표가 확정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7일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은 유난히 예측 불가다. 판세도 안갯속이지만, '상식'을 벗어난 지점이 워낙 많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어서 대선 완주를 확신할 수 없는 처지다. 유권자가 결정해야 할 두 사람의 운명을 사법기관이 쥐고 있는 셈이다. 보복과 응징이라는 '과거'가 국가 비전이라는 '미래'보다 부각되는 선거라는 점, 그러다 보니 대선후보들의 도덕성이 뒷전이 됐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더한다.

'역대급 이상한 선거'로 불리는 대선의 의미와 변수를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 봤다.

①“文을 단죄하자” vs “文을 지키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20대 대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20대 대선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스1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응징과 보복을 벼르고 있다.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뒤 실정을 거듭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윤 후보는 검사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한때의 '적장'이다. 그런 그를 대선후보로 밀어올린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진보 진영의 지상 과제는 정권을 지키고 '적폐 세력'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문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다. 이에 전투력을 중심으로 대선후보를 골랐다. 비주류에 비문재인계 출신인이라는 이 후보의 과거는 묻어 뒀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윤 후보는 문 대통령을 배신하고 민주당 정권을 허물려 하는 '원수'다. 이 후보에겐 '윤 후보 응징'이라는 임무가 내려졌다.

정치권 인사는 “각 진영이 생존을 위해 결집하는 총력전 선거가 되면서 누가 집권하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②“뽑을 사람이 없다”… 비호감 경쟁 대선

5일 오후 서울시내 한 갤러리에서 관계자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초상화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초상화 옆에 전시하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시내 한 갤러리에서 관계자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초상화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초상화 옆에 전시하고 있다. 뉴스1

사생결단의 진영 대결은 ‘비호감 대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통령의 자질, 도덕성, 품격을 검증하는 것은 후순위였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각 진영이 악당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며 "유권자들 사이에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정서가 커지는 배경”이라고 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이달 1~3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비호감도는 각각 60%와 56%에 달했다. 지난달 19~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호감도는 각각 32%, 28%에 그쳤다. 역대 대선에서 선두권 대선 후보의 호감도는 50%가량이었다.

'비호감 선거'라는 프레임이 강화되면 중도·무당층이 투표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통령이 저조한 득표율로 당선되면 국정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③檢 수사에 따라 후보가 바뀔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2457번지 성남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참석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2457번지 성남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참석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차기 대선은 ‘지뢰밭’ 선거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모두 수사 대상인 채로 대선을 치르는 건 초유의 일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얼굴이 바뀔 수 있다. 대선 레이스 중간에 특정 대선후보가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사들이 승부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자조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④‘정권교체 10년 주기설’... 이어질까, 깨질까?

'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김웅, 권성동,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고소장 접수를 하기에 앞서 고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김웅, 권성동,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고소장 접수를 하기에 앞서 고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의 유지 여부도 관심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ㆍ김영삼 보수 정권→김대중ㆍ노무현 진보 정권 →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권' 식으로 약 10년마다 권력이 교체됐다. 이 같은 공식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선거 지형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최고세율 6% 인상안이 적용된 종부세 납부 고지서가 이달 말부터 발송되는 등 민주당의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이에 윤 후보는 정권교체론에 기름을 콸콸 부으며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고, 이 후보는 선거를 ‘문재인 대 윤석열’이 아닌 '이재명 대 윤석열'의 인물 구도로 전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⑤심상정ㆍ안철수ㆍ김동연 ‘제3지대’ 파괴력은?

심상정(왼쪽) 정의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심상정(왼쪽) 정의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제3지대’ 주자들도 변수다. 이번 대선이 여야 ‘초박빙’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이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김 전 부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국민의힘 또한 김 전 부총리와 안 대표 모두와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의 후보단일화를 상수로 본다. 심 후보는 정의당의 미래를 위해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재로선 중론이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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