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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안 살래요”… 요소수 대란에 구매취소 문의도 10배 급증

입력
2021.11.06 10:00
2면

5일 오전 경남 하동군 소재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경남 하동군 소재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요소수 공급난이 이렇게 심한데 디젤차 편히 탈 수 있겠어요? 계약 취소하고 싶어요.”

최근 일선 자동차 판매 현장에선 이런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마다 디젤차 구매 고객 응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영업점에 쏟아지는 계약 취소·변경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업계는 전한다.

서울 남부지역을 담당하는 현대차 영업사원 박모 과장은 “최근 며칠간 요소수 관련 전화만 수백 통을 받았다. 대부분이 디젤차 계약 고객의 취소 문의"라고 말했다. 그는 “5~6개월 기다린 끝에 차량 인도를 며칠 남겨두고 계약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고객을 달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의 경우 쏘렌토, 스포티지 디젤 구매 고객이 하이브리드 모델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요소수에 대한 고객의 불안심리 때문이다. 용인지점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계약 내용을 변경하면 신규 계약으로 바뀌게 돼, 대기 순서가 제일 끝으로 밀려난다고 설명하며 설득하고 있다”며 “실제 계약 취소로 이어진 경우는 아직 거의 없다”고 전했다.

수입차 업체도 ‘요소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디젤차에 요소수가 필요한 이유부터 구매 문의, 계약 변경 등 다양한 문의·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서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요소수 가격이 주유소나 인터넷보다 비싸다고 항의하는 고객도 많은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의 메르세데스-벤츠 지점 윤모 매니저는 “공식 서비스센터들은 독일 본사로부터 요소수를 조달해 재고가 충분하다”며 “예전엔 외부 구매보다 비싼 게 사실이었지만, 한 통에 10만~50만 원씩 중고거래가 이뤄지는 요즘엔 오히려 더 저렴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선 고객의 동요가 심해지고 있지만, 회사 측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판매 영업직원에게 "계약을 유지하라"는 지침만 내리는 상황이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신차 구입 고객은 요소수가 채워진 상태로 차를 받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하기엔 애매하다”며 “특히 승용차는 1만~2만㎞에 한 번씩 넣으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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