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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없어 25년 만에 최대 위기"라는 트럭기사의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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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사용되는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운행 중단 위기에 놓인 대형 화물트럭 기사들이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1리터짜리 요소수가 중고거래에서만 10만 원 이상의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점을 수상히 여겨 정부에 사재기 단속을 촉구하는 동시에 요소수 없이도 트럭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요소수 주 원료인 요소 수입 다변화가 당장의 품귀현상 해소에는 한계인 만큼 차라리 요소수 완성품을 수입하자는 전문가의 대안도 나왔다.
25톤 트레일러를 운행해온 화물트럭 운전기사 최기호씨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유소 사장님이 '다음주면 요소수는 다 마를 거다'고 얘기한다"며 '한 달 정도 재고 물량이 남아 있다'는 언론 보도와는 사뭇 다른 현장의 위기를 전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10리터들이 낱개 포장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만 거래되고, 저희가 사려면 (제품이) 전혀 없어 벌써 누가 챙겨놓은 것 같다"며 "주유기에서 주유하는 무포장 상태의 요소수만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형 화물차 같은 경우에 매일 주유하고, 기름 넣을 때마다 일정 비율로 요소수도 넣기 때문에, 차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 달에 10리터짜리를 30~40개 이상 쓴다"며 "보통 1만 원 안팎이었던 10리터 요소수 낱개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인 10만 원, 12만 원에 비일비재하게 거래돼 요소수를 많이 쓰는 저희들은 (수지타산이 안 맞아) 그 가격에 사서 쓸 수 없다"고 했다.
"25, 26년 운전하면서 요소수 부족 사태는 처음 경험해본다"는 그는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요소수로 생계 위협을 받는 게 더 걱정이다. 최씨는 "차가 비싼 건 2억 원, 3억 원 정도라, 월 할부로 300만~500만 원 고정지출이 있다"며 "요소수가 한 달 정도 공급이 안 되면 운행을 못하고, 금융거래들도 망가져 다시 차를 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버틴 이후에 요소수를 많이 공급해 준다고 저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운송 여건의 물류 시장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특히 요즘이 화물차 성수기라 더 타격이 크다. 그는 "찬바람 불기 전에 건설 관련 일이 많아, 지금 많이 벌어놔야 겨울에 일이 줄었을 때도 지금 번 것으로 먹고 사는데 지금 주춤거리거나 차가 서 버리면 겨울 전에 저희는 고사할 수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벌써 주위에 멈춰 서는 차들이 생겼다"며 "사람으로 말하면 물에 빠졌는데, 지금 못 건져내면 열흘 있다가 구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말했다.
최씨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불만을 나타내며 현실적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그는 "등록된 화물차 대수나 유류 소비량을 보면 요소수의 소비(량)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이 될 텐데, 이 지경까지 나뒀다가 지금에 와서 각 부처가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 바닥에 있는 저희한테는 와닿지 않는다"며 "규제를 바꿔서라도 운행할 수 있게, 저희들 시각(입장)에서 (현실적 해결방안을) 봐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어딘가는 요소수가 묶여 있을 것 같은데 이제 단속반 돌린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팔아먹는 것 환수해 저희한테 돌려주든가 다시 정상적으로 유통을 시켜줘야 한다"고 사재기 단속을 촉구했다.
전문가도 사재기 단속 필요성에 동감하면서 '요소수 완성품 수입'이라는 다른 대안도 제시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을 다변화해도 시간이 걸리니 (최씨 제안처럼) 사재기(단속)도 검토하고, 가격이 높지만 외국에 완제품도 많이 있다"며 "필요하면 절차를 간소화해 완제품이라도 수입해서 물류대란이나 운행을 못 하는 상황을 해소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요소를 넣지 않아도 당분간 운행할 수 있도록 차량시스템을 바꾸면 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론상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동차는 3만 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됐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연결돼 있어 차량마다 (개별적으로) 맞춰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 설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또 소프트웨어 변경은 몇 주가 걸릴 수 있어 이 기간이면 해외에서 요소수 수입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모든 경유차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2015년 이후 자동차 환경기준이 강화(유로6)돼 그때부터 승용차 화물차 구분없이 요소수를 사용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SCR(선택적 촉매환원법)이 장착됐다"며 "전체 차량 중 절반 정도가 (저감장치 차량에) 해당되고, 나머지 절반은 구형 모델이라 해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자동차 시스템과 연동돼 있어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 중인 차량의 출력이 확 줄거나, 요소수가 아예 없으면 시동이 안 걸리도록 만들어 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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