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쿼드는 성공할까

입력
2021.11.07 10:00
25면
중동판 쿼드를 구성하는 미국, 인도,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4개국 외무장관들이 지난달 18일 첫 번째 화상회의를 열었다. 쟈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트위터(@DrSJaishankar)

중동판 쿼드를 구성하는 미국, 인도,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4개국 외무장관들이 지난달 18일 첫 번째 화상회의를 열었다. 쟈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트위터(@DrSJaishankar)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1년 3월 사상 첫 쿼드 정상회담이 화상으로 개최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쿼드의 외연을 확대한 '쿼드 플러스' 참여를 일단 보류해 왔다. 미국 주도의 쿼드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기에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중동에서도 때아닌 쿼드가 소환되고 있다. 미국,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중동판 쿼드의 등장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판 쿼드를 구성하는 4개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10월 18일 첫 번째 화상회의를 열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 이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참가국 간 경제와 정치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말했다.

중동판 쿼드가 빛을 보게 된 것은 작년 9월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새로운 쿼드의 기틀이 마련되었고, 이후 인도의 동참으로 중동판 쿼드가 가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원조 쿼드와 중동판 쿼드에 양다리를 걸친 인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7년 모디 총리는 인도 총리로서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지지해 왔던 인도 대중동 외교의 변화를 상징하는 방문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 후로 이스라엘과 인도는 농업, 투자, 국방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는 오래전부터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국가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 출신 근로자들의 수만 해도 약 900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양국 모두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기조 덕분에 인도의 중동판 쿼드 참여가 자연스럽게 성사되었다.

중동판 쿼드의 등장과 함께 인도에서 출발하는 '아랍-지중해 회랑(Arab-Mediterranean Corridor)'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클 탄춤 교수는 인도와 아랍-지중해 회랑 연결을 통해 인도 뭄바이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이스라엘의 하이파 그리고 그리스의 피레우스의 항을 잇는 새로운 물류 통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인도에서 재배한 농산물이 아랍-지중해 회랑을 통해 식량안보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프 국가는 물론이고 멀리 유럽까지 운반될 수 있는 것이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중동판 쿼드가 원조 쿼드처럼 미국의 주도하에 중국 견제용으로 발전될 수 있을지의 여부이다. 우선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양국 모두 미국의 동맹인 동시에 중국과도 우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중동판 쿼드가 대중 견제를 위한 핵심 연대로 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동판 쿼드를 중국을 염두에 둔 안보 네트워크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포지셔닝을 고민하기 시작한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과 같은 전통적 동맹국들을 미국 주도의 협의체로 끌어들인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중동에서 일대일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에 맞서 아랍-지중해 회랑과 같은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의미도 있다. 중동판 쿼드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앞으로 과연 순항할까? 원조 쿼드를 닮아갈까? 아니면 동력을 잃고 사그라들까? 다양한 궁금증이 가시지 않는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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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석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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