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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의 늑장 대응과 거짓말...우리 가족은 한 달을 잃었습니다"

입력
2021.11.08 09:00
수정
2023.03.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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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대형 사립 어린이집
늦은 원아 귀가 조치, 마스크 마음대로 벗고
원장 가족 "백신 접종" 해놓고 뒤늦게 거짓 확인
형까지 확진...한달 넘게 가족 모두 자가격리도
"잘못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하길"

9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한 어린이가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9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한 어린이가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의 한 대형 사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을 둘러싸고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측의 부적절한 대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①확진자 발생을 알고도 어린이들을 늑장 귀가시킨 것, ②어린이집 행사 때 원아의 마스크를 일방적으로 벗긴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③최초 확진자인 원장 일가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의 원성은 더욱 빗발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발 감염자는 28명(5일 오후 기준)에 달한다. 역학조사에 나선 안양시와 보건당국은 일단 어린이집이 마스크 착용에 관한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판단, 과태료 15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보건당국의 확진자 발생 통보 3시간 지나서야 귀가 조치

기사와는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는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집은 보건당국으로부터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은 지 약 3시간 뒤에야 어린이들을 귀가조치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원이 확진자 발생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달 5일 오전 9시 45분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같은 날 오후 1시 30분 학부모들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

학부모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보건당국의 통보 이전에도 원장이 확진자 발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관련자들 중 처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영어 교사와 이사장(통학차량 기사 겸임)인데, 각각 원장의 딸과 배우자다. 세 사람은 전날 함께 안양역 선별진료소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마스크를 마음대로 벗긴 것도 학부모들이 문제 삼고 있다. 특히 9월 30일 열린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참가 어린이에게 마스크를 벗고 발표하게 하거나, 마스크를 벗은 채 단체사진을 찍게 해 방역에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어린이집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늑장 대응과 마스크 일시 미착용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직원 백신 접종 완료'라더니...원장 가족 미접종 드러나

어린이집은 확진자 발생 후 원장 일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접종했다는 소문이 돌자, '교직원 전원 접종 완료'라는 기존의 공지를 정정했다.

어린이집은 확진자 발생 후 원장 일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접종했다는 소문이 돌자, '교직원 전원 접종 완료'라는 기존의 공지를 정정했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이후 불거진 또 다른 의혹에는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말을 흐리거나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학부모들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확진자 발생 이후 원장 일가족의 백신 미접종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 사항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이 앞서 학부모들에게 '교직원 접종 완료'라는 거짓 통지를 한 게 문제였다.

원장 일가족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자 어린이집은 뒤늦게 '보육교직원 접종 완료라는 글로 잘못 안내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며 접종 완료자를 재공지했다. 이사장은 확진자 발생 이틀 뒤인 7일 전자 알림장으로 "기저질환(고혈압)자로서의 두려움, 불완전한 백신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백신 접종을 미뤘다"고 미접종 사실을 인정했다.

이사장은 원장이 접종하지 않은 것은 디스크 등 개인 질환도 있지만 자신이 백신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준 탓이라고 했다. 또 딸인 영어교사는 치과 진료를 받느라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사장은 다만 '요양원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선제검사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대처 되풀이...'선제검사는 맞나' 불신 이어져

확진된 어린이들은 모두 3898번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통보받았다. 경기 안양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확진자 정보에 따르면, 3898번 확진자는 4일 발열과 기침 증상을 호소했다.

확진된 어린이들은 모두 3898번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통보받았다. 경기 안양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확진자 정보에 따르면, 3898번 확진자는 4일 발열과 기침 증상을 호소했다.

불신의 골이 깊어지자 학부모들은 원장 일가족이 대체공휴일이었던 지난달 4일 PCR 검사를 받은 이유를 파고들고 있다. 증상이 있었는데도 어린이집에 출근해 집단감염의 불씨가 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안양시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확진자 정보를 근거로 제시한다. 보건당국은 확진 어린이들의 학부모들에게 '3898번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알렸는데, 3898번 확진자는 4일 '발열과 기침 증상이 있었다'고 나와있다. 학부모들은 3898번 확진자의 주소도 원장 일가족의 거주지(시흥시)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 28명의 확진자가 나온 경기 안양 한 사립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원장 일가족의 거주지, 재검사를 받은 장소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3901번 확진자가 원장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3901번 환자는 보건당국에 1일부터 기침과 인후통을 앓았다고 밝혔다.

최소 28명의 확진자가 나온 경기 안양 한 사립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원장 일가족의 거주지, 재검사를 받은 장소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3901번 확진자가 원장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3901번 환자는 보건당국에 1일부터 기침과 인후통을 앓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부터 기침, 인후통 증상이 있었던 3901번 확진자는 원장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학부모들은 ①한 학부모가 3901번 확진자의 검사 장소인 삼덕공원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재검사를 받는 원장을 목격했던 것, ②확진자 정보에는 재검이 아닌 최초검진 날짜(원장의 경우 4일)를 적는 점, ③3901번 확진자도 시흥시 거주자라는 점이 모두 원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한다.

원장 일가족은 그러나 보건당국에 '정기적인 선제검사를 위해 방문했다가 양성이 나와서 당황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이사장이 앞선 공지에서 "영어 교사(딸)는 보건소 담당자에게서 바이러스의 증식 상태를 볼 때 확진을 받은 아이들보다 시간적으로 더 나중에 감염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는 바람에 '사과는커녕 아이들 탓으로 돌린다'는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또 어린이집은 보건당국에 '통학 차량으로 등원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먼저 조치를 했다'며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린 것처럼 보고했지만, 같은 날 학부모들은 '차량 고장으로 운행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형제까지 추가 확진...한 달째 코로나19에 시달리는 가족도

대전 서구의 한 기업연수원에 마련된 555개 병상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앞에 일반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대전 서구의 한 기업연수원에 마련된 555개 병상 규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앞에 일반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어린이집의 부적절한 대처가 이어지는 중, 한 달 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원아와 가족도 나왔다. 어린이집에 둘째 아들을 보내는 A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첫째마저 지난달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가족이 한 달 넘게 자가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A씨 부부는 자영업자다.

A씨는 지난달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둘째와 함께 격리 시설에 동반 입소해 14일 퇴소했다. 아들은 당시 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등 증상이 심했다고 한다. 동생의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이었던 첫째는 격리 해제 전 실시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무증상이라 자택 치료 중이지만, A씨 부부는 이달 10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A씨는 "장사를 한 달 넘게 못하니 영업과 생계에 타격이 크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어린이집의 불성실한 태도가 더 화나게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원장 일가족이 몇 번 확진자인지 밝히라', '통학 차량 점검 증명서를 제시하라'며 논란을 끝낼 증거를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거론했지만,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대답은 '확진자들은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외 배상할 사안이 있다면 찾아서 요구하라. 변호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하면 뭐 어쩌겠나. 배상을 해줘야지'였다고 한다. 사과의 진정성도 없었다는 얘기다.

A씨는 "어린이집이 인정할 건 인정하고 투명하게 정보 공개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어린이집이 앞선 잘못을 다 덮어버리고 정상 운영 중인 상태"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원아들에 최선 다하는 게 우리 역할"

경기 안양시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안양시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린이집 이사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얘기할 것은 딱 한 가지. 아직 140명 이상의 원생들이 있고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계신다. 그분들 아이들의 보육에 최선을 다하는 게 현재 우리의 역할"이라는 짧은 입장만 밝혔다.

안양시는 확진자 발생 후 어린이집의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점검, 영어 스피치 대회 등에서 일시적으로 마스크를 벗은 행위를 대상으로 4일 과태료 150만 원을 부과했다.

시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1차는 계도, 2차는 과태료 부과가 원칙이지만 워낙 많은 아이들이 집단감염됐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밖의 방역수칙 위반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정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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