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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250만호 공급공약은 신기루... 단기간내 집값 잡겠다는 조바심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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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향방 가를 부동산 공약, 비현실적 미사여구와 과장 많아"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정책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임기 중 서울ㆍ수도권 집값이 두 배로 치솟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파탄 지경에 빠지면서 민심이 해일처럼 들끓자 저마다 해법을 내놓는 양상이다. 사실 차기 정부 부동산 정책 청사진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승부처가 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대선주자들의 공약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표심을 겨냥한 공약은 대개 실현 가능성이나 실효성을 결여하기 십상이다. 한 표가 아쉬운 대선주자들의 절박함이 정책으로서 합리성을 갖춰야 할 공약을 들뜨게 만들고, 온갖 미사여구로 휘감긴 신기루로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바른 판단을 위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부터 지금까지 나온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는 현실 오판과 정책의 정합성 상실 때문"
-부동산 정책이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힐 정도로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다고 보는가.
“우선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이 추진됐다. 현 정부는 투기를 위한 가수요를 제거한다면 주택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초기엔 공급책을 외면하고 강력한 규제를 통해 투기수요를 없애는 ‘투기와의 전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신혼가구나 1인 가구 등의 수요를 놓쳤다. 둘째, 서울 강남 집값만 잡으면 다른 지역 집값은 자동으로 따라갈 것으로 판단했다. 고가의 1주택에도 종부세를 부과한 이유다. 그런데 투기가 되레 전국으로 확산됐다. 셋째, 정책이 정합성을 잃고 오락가락했다. 집권 초기 다주택 규제 강화한다면서 다른 한편으론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통해 다주택을 장려하는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정부가 줏대를 잃고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좇아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좋다는 것 다 하려다가 배가 산으로 간 셈이 됐다.”
-지난해 ‘8ㆍ4 대책’을 분수령으로 서울ㆍ수도권 도심 공급대책 등이 강구되는 등 정책 전환이 있었던 건 어떻게 평가하나.
“‘8ㆍ4 대책’은 그동안 “주택 공급엔 문제없다”며 공급책을 외면했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마침내 공급책 가동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조치였다. 이후 ‘8ㆍ4 대책’은 후임인 변창흠 전 장관이 올해 초 ‘2ㆍ4 대책’으로 확장해 추진했지만, 변 장관이 낙마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하지만 변 장관이 계속 있었어도 집값 안정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공공재개발, 재건축 방식으로 도심 여기저기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섰지만 주민 의견조차 수렴되지 못한 급조된 정책일 뿐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개발 예정 기대감만 불러일으켜 해당 지역 부동산 값만 들썩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합성과 타이밍을 잃은 정책이 낼 수 있는 부작용만 보여줬다고 본다.”
"일관된 공급, 다주택 보유 억제, 부동산 양극화 완화 공통 공약 돼야"
-여야를 막론하고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부동산 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제안한다면.
“ 집값 급등으로 ‘주거사다리’를 잃은 청년들과 800만 무주택자들에겐 매우 송구한 말씀이지만, 대선주자들은 단기간 내 집값을 잡겠다는 조바심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가장 시급한 건 현 정부가 오락가락하면서 상실한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건 당장 투기를 때려잡고 집값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식으론 안 된다. 국민이 신뢰할 만한 내실 있는 공급책과 현실적인 투기 억제책을 조화시킴으로써 집값이 서서히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는 대체적인 사회적 합의에 이른 것 같다. 다만 1가구 1주택, 일시적 1가구 2주택, 1주택 노령가구 등에 대한 유연한 정책도 필요하다. 취득ㆍ양도세는 매물 출회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도 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최근 대장동 사건 등을 거치며 주택정비ㆍ개발사업에서 이익의 공공환원론이 강화되고 있는데, 자칫하다간 주택건설 자체가 침체될 우려가 있음을 감안해 현실적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공공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주택 공급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 호를 포함한 250만 호를,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경합 중인 윤석열, 홍준표 예비후보 등도 각각 청년원가주택 30만 호를 포함한 250만 호,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한 획기적 공급확충을 선언했다. 물량 중심의 공급공약을 어떻게 보는가.
“100만 호니, 250만 호니 하는 물량 중심의 공급공약은 합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노태우 정부 때 수도권 1기 5개 신도시인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지에 건설된 물량도 30만 호였다. 서울 주변의 개발지를 대규모로 지정해 속도전을 펼친 결과다. 하지만 지금 서울ㆍ수도권 도심 거주 수요까지 맞추려면 과거와 같은 규모의 개발 대상지조차 없다. 그러니 선거용 신기루처럼 느껴지는 거다. 지금은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물량공약보다는 개발 부지와 조건 등을 검토한 뒤 신뢰할 만한 공급계획을 내는 게 우선이다. 어떤 후보 분이 “자칫 대국민 사기가 될 수 있으므로 물량공약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오히려 신뢰감을 줬다.”
"대뜸 물량 목표치를 공약하는 것보다 공급 가능 여건을 검토하고 방법 내야"
-같은 공급공약이라도 이재명 후보는 공공개발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야당 주자들은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실현 가능성 면에서 평가한다면.
“사실 지금 나온 여야 주자들의 공급공약 물량이 현 정부가 2025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약 205만 호 계획을 포함한 것인지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먼저 물량공약이라 하더라도 분명히 하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는 공급물량 중 100만 호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기본주택은 부지를 공공이 수용한 후 아파트를 지어서 토지임대부로 건물값만 계산해 임대료를 받겠다는 얘기다. 서울 도심에 33평형 아파트를 월 임대료 60만 원에 공급하겠다는 얘기는 매우 듣기 좋은 공약이지만, 우선 그럴 땅이 없고, 땅이 있어도 토지수용에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며, 재정을 들여 아파트를 지으려고 해도 시공만 건설사에 맡겨 이익을 투자금의 10%로 묶는다면 당장 참여하겠다고 나설 건설사가 없을 거다. 개발이익 환원, 또는 환수에 대한 경직적 정책이 개발 자체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반면 보수 주자들의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 촉진은 반드시 공공개발만 고집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도 높고 시장친화적이지만, 개발이익이 민간에 과도하게 돌아감으로써 공익에 반할 수 있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안 보인다. 공공개발과 민간참여, 규제완화 등을 잘 조화시키는 융합적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투기와 지대추구 근절하겠다는 뜻 좋지만 강경 일변도의 규제론 부작용만"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투기의 뿌리인 지대추구 관행과 부동산불로소득 차단에 대한 입장엔 여야 대선주자 간 적잖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투기를 없애겠다는 의지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입장이 보다 단호해 보인다. 주택뿐만 아니라 국토보유세 신설 등을 통해 지대추구행위 자체를 억제하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규제 강도로 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력해질 것 같다. 하지만 현 정부도 의지가 약해 실패한 게 아니다. 현실 인식이 잘못됐고, 정책의 전제가 잘못됐고, 부작용을 감안하지 못한 단견이 재앙을 불러왔다. 예컨대 민간 개발이익을 강력하게 환수하겠다면 듣기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민간이 주택개발 자체를 회피해 주택공급이 지연되고,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강력한 규제책을 가동하려면 정확한 현실인식과 신중한 접근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반면 윤석열, 홍준표 후보 등 국민의힘 주자들은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에 중점을 두면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이나 지대추구 행위 억제를 위한 공세적 마인드가 덜한 것 같다. 그렇다 보니, 투기 규제나 부동산 자산 불평등 문제를 제도개혁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보다 당장 역세권 고밀개발이나 청년주택 공급 같은 ‘대증치료’ 수준의 공약밖에 내놓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들끓는 민심을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못하면 큰 패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보유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에 관한 여야 대선주자들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비교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안한다면.
“지금 사회적으로 1가구 1주택을 넘는 다주택에 대해 보다 강력한 주택 보유세를 과세해 자산증식을 겨냥한 초과 주택수요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이재명 후보는 적극적 입장이다. 반면 윤석열 예비후보는 보유세ㆍ양도세 인하를, 홍준표 예비후보는 종부세 폐지와 1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각각 공약으로 내놓았다. 1가구 1주택을 넘는 다주택에 대한 보유세 중과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지나치게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정밀한 절충이나 보완이 필요하다. 취득세와 양도세는 역시 필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매매까지 봉쇄해 ‘거래절벽’이 빚어지지 않도록 조정돼야 한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관련 세액이 지나치게 급등한 측면도 있는 만큼 세율 인하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도심고밀개발 자칫 '닭장아파트' 반복, 주택 수 못지않게 쾌적한 환경 중요"
-향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ㆍ수도권 공급대책도 중요하지만, 물량 못지않게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공공개발, 또는 도심고밀개발 등을 위한 규제완화로 자칫 수준 미달의 ‘닭장 아파트’가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ㆍ수도권 공급대책은 ‘2ㆍ4 대책’ 이래 국토교통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오세훈 시장 취임 이래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 도심공공주택이 다소 진척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꽤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공급효과 극대화를 위해 용적률 상한, 층수 제한 등 규제를 적잖이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고밀개발과 규제완화는 기본적으로 주택밀도, 경관, 기반시설 용량, 계획적 도시 정비, 저층주거지 관리방안 등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공공개발이든 신속통합기획이든 공급 주택 수에만 집착하면 주거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서울 상계동과 일산ㆍ구파발 등 강북지역 개발에 따른 도심 진입로 혼잡 상황만 봐도 그렇다. 5,000가구가 넘는 대단위 단지 개발에 학교 신설계획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일단 착수되더라도 쾌적한 주거 및 도시환경이 보다 적극적으로 감안돼 주택건설이 진행돼야 한다.”
-국토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의 차이점과 공급정책으로서의 실효성을 평가한다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역세권 토지 등을 대상으로 공공이 강제수용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 도심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점을 빼면, 공공개발 방식의 타 도시개발사업과 추진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반면 신속통합기획은 민간의 정비사업에 공공이 개입해 사업추진 속도를 가속화하고, 소요기간을 단축해서 결과적으로 사업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개발기획 컨설턴트 정도로 한정한다. 추가 인센티브는 크지 않지만, 조합이 공공에 기여해야 부담도 크지 않아 최근 진행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급 가속화와 투기 규제 등의 대책 외에 부동산 안정을 위해 대선주자들이 추가로 가동할 만한 대책이 있다면.
“지방도 살리고, 서울ㆍ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도 막을 장기적 근본대책으로 지역균형발전론이 이미 정치권에서 분출됐고, 각 대선주자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립한다고 하고, 윤석열 예비후보 등도 지역균형발전방안을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라고 언급했다. 관건은 정주 수요가 생길 수 있는 자족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방도시 몇몇을 광역으로 묶고 산업기반과 인프라를 조성하는 ‘메가시티’ 방식도 유효하다고 본다. 향후 후보가 확정되면 지역균형발전 관련 공약도 보다 구체화하겠지만, 역시 자족적 정주 기반을 갖출 청사진을 담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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