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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배임죄 소명에 한숨 돌린 검찰... 수사팀에 놓인 5가지 과제는

입력
2021.11.05 04:00
수정
2021.11.05 08: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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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최종 배임액의 규모는?
②법조계·정치권 금품로비 실체는?
③황무성 사퇴 종용 진실은?
④설계자 정영학은 불구속?
⑤이재명 후보 조사는?

검찰이 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 등 대장동 핵심 민간 사업자들을 구속하며 한숨을 돌렸다. 검찰은 수사 초기 성남도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잇단 부실수사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김씨 등을 구속하면서 마침내 수사의 본류인 배임죄의 윤곽을 그리는 데 성공해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이 워낙 많아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를 기소하기 전까지 배임죄의 골격을 탄탄히 다지는 한편, 수사 초기부터 불거졌던 성남시 등 윗선 개입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①가변성 높은 배임액 확정될까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동규씨와 김만배씨 등 '대장동팀 5인방'의 배임죄 액수를 현재 '최소 651억+α'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예상 택지 분양가 고의 축소 등 소명 가능한 최소 액수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대장동 5개 블록 분양이익 등 수천억 원에 달하는 전체 사업 수익을 감안할 때, 배임액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법정에서 깨지지 않을 배임액수를 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정확한 배임액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1% 지분으로 수천억 원대 배당이익을 거둬들인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감안해, 최근 범죄수익환수부 검사를 투입하며 불법 수익에 대한 환수 의지도 내비쳤다.

②법조계·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은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과의 금품거래 의혹은 수사 결과에 따라서 파장이 크다는 이번 수사에서 가장 관심이 큰 부분이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퇴직하면서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 원의 성격을 파악하는 게 검찰에게는 급선무다.

검찰 안팎에선 김만배씨 1차 구속영장에 적시됐던 곽 의원 아들 50억 원 의혹이 2차 영장 청구 때는 빠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뇌물 혐의를 적용할 정도로 대가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곽병채씨 계좌를 동결한 점을 보면, 향후 김만배씨를 기소할 때는 공소장에 관련 혐의가 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이르면 내주 중 곽 의원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속 '50억 클럽설'의 진위도 가려야 한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관련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이모 대표에게 건너간 100억 원대 화천대유 자금과 박 전 특검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대장동 사업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화천대유에서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의혹 수사도 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법원행정처에서 김씨가 권 전 대법관실을 출입한 기록을 확보해 기초 분석을 마친 상태다.

③황무성 사퇴에 보이지 않는 힘?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공사 사장 사퇴 종용 의혹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본부장이 '시장님' '정(진상) 실장'을 거론하며 황 전 사장 하차를 압박했다는 녹취록 공개 이후 검찰의 검증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하급자인 유 전 본부장이 상사인 황 전 사장을 내쫓으려 했다면, 성남시 등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성남시가 100% 지분 출자한 공사 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났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실제 이 후보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④설계자 정영학은 불구속?

검찰은 대장동 사업을 설계한 브레인이자 특급 수사 도우미인 정영학(53) 회계사의 형사처벌 수위를 두고도 고민하고 있다. 검찰이 이미 정 회계사를 유동규씨와 김만배씨 등의 배임 혐의 공범으로 판단한 만큼,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정 회계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엔 관측이 엇갈린다. 수사 협조에 대한 일종의 보상책으로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형평성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 회계사가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서 일관된 진술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어느 선까지 그를 배려할지 주목된다.

⑤이재명 후보는 언제 조사하나

법조계에선 4일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가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장동 사업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후보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가 사업 공모 단계에서 강조했던 △성남시의 고정이익 우선 확보 △시행사에 건설사 배제 △대형 금융사 참여 등의 요구사항이 대장동팀의 구상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후보의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참고인 조사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며 "그런 절차도 없이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고 수사를 일단락 짓는다면 이 후보에게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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