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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영끌족…그게 정말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년의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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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니 90년대생이니 하는 말들은 청년을 끊임없이 정의하지만, 청년들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좌절하고 있는지 어떻게 희망을 찾는지 바라보지 못한다. 스스로의 언어를 통해 청년들의 마음과 현실을 드러내야 한다. 기성의 시선이 첨가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청년들의 이야기로 말이다.
‘허락되지 않은 내일’ 중에서
계약직 노동자에게 고강도 업무를 강요하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2016년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씨가 청년을 인터뷰해 책으로 냈다. 이달 출간된 ‘허락되지 않은 내일’이다. 책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배경의 청년 35명이 등장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부터 배달 노동자 처우, 학벌, 성차별에 이르기까지 논의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기득권 세력의 포장을 걷어내고 청년 스스로 청년을 말한다.
저자는 사회에서 유통되는 청년 담론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치인이나 언론과 같은 기득권 세력이 입맛대로 ‘청년의 상황은 이렇다’ ‘청년의 생각은 이렇다’라고 포장한다는 뜻이다. 기득권 세력이 정하는 논의 주제에 따라서 청년에게 온갖 꼬리표가 붙는다. ‘이대남은~ 이대녀는~ MZ세대는~ (2030)영끌족은~ 이렇다더라.’ 청년들은 정말 그 꼬리표에 따라붙은 설명대로 생각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이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에 따르면 청년들이 대출을 받아서, 돈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영끌’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는 청년 담론을 왜곡하는 대표적 사례다. ‘영끌’한다는 청년이 몇이나 있길래 그들이 청년을 대표하는 것처럼 묘사하느냐는 이야기다. 저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을 구매할 만한 자산을 모은 청년은 10% 남짓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공채를 통과한 청년도 20%가 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집 같지 않은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청년, 빽도 자원도 없이 독립해야 하는 청년, 직장에선 산재로 위협받으며 열정페이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상처받는 청년들이 절대 다수다. 이들이 경험하는 불평등, 불안, 좌절에서 비롯된 고민이 우리가 아는 청년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저자는 “전국의 청년 중 80%는 매달 나가는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불안한 미래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집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하는 80% 청년의 맥락을 거세하고, 고작 주택 소유 희망 여부와 대출 희망 여부만을 묻고 청년의 심리를 알았다고 자랑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여기에는 기득권 세력이 20%에 주목하는 만큼, 나머지 80%에게도 적절한 관심을 가졌느냐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저마다 다른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등장해 청년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거주지, 결혼 여부, 가족 형태, 전직, 현직의 종류와 고용형태가 저마다 달라서 몇 개의 범주로는 묶기가 어렵다. 예컨대 “청년 끌어올 때는 부동산에 영끌한다, 주식시장에 몰빵한다, 이럴 때만 써먹잖아”라면서 청년들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기성세대와 언론,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선규(가명)씨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에 진출해 현재는 안양에서 가족과 살며 사회적 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20대 남성이다.
한편 아무리 노력해도 집을 살 수 없을 거라면서 낙담한 윤아(가명)씨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을 다녔지만 현재는 대학원에서 주거와 보건분야를 연구하는 30대 여성이다. 이외에도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대안적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30대 남성, 시흥시의 공단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인류학을 전공하는 20대 대학생 여성, 울진군에 살면서 온라인을 통해 직업전선에 복귀하려는 20대 여성 전업주부 등 온갖 배경의 청년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꼬리표를 하나씩 떼 나간다. 예컨대 ‘청년은 개인주의에 익숙해 본인만 챙기고 직장을 위해서는 작은 헌신조차 하지 않을 만큼 책임감이 없다’는 비판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초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식이다. 윤아씨는 “내가 다녔던 회사는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주인의식을 가지라고만 강조했다”면서 “주인을 시켜주고 나서 주인의식을 논해야지”라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한빛 PD가 회사를 그만두는 대신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그가 책임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업무를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계약직에게 부조리한 드라마 제작구조를 모른 척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직을 떠날 수 없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행위는 절대 추앙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일터를 쉽게 떠나지 않았던 형의 책임감과 고민만큼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썼다.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은 “등장하는 인물이 얼마나 대표성을 갖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숫자로 결과가 나오는 통계연구조차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수많은 청년 가운데서 일부를 골라내는 순간부터 “그들이 왜 네가 말하는 청년인가”, “그들이 왜 다른 청년들을 대변하지”라는 질문들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는 서문에서 “’당신이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두렵지 않았다”면서 “의도와 상관없이 이미 추적은 시작된 셈”이라고 말한다. “기회든 능력이든 공정이든, 청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는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그 시작은 불평등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성의 문제는 극복해야 할 위험이지, 겁나서 인터뷰 자체를 피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발굴할수록 사회는 스스로를 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형이 세상을 떠난 지 채 5년이 되지 않은 지금, ‘불편함’이라고 이야기됐던 방송 현장의 관행들은 이제 ‘잘못’이 되었고 상식적이지 못한 문화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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