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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오폭, 위법은 없다”는 미군… 그러나 영상엔 어린이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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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오인 공습으로 무고한 현지 민간인 10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한 미국 국방부가 공격 개시 직전 정찰 카메라에 어린이가 찍힌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긴박한 현장 상황상 작전 수행자들이 해당 영상에서 미처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공습 과정에 위법 행위도 없었다는 이유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있으나,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 미군이 ‘셀프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아프간에서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하기 약 2분 전 목표 지점에 있던 어린이 한 명이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공군 감찰관인 새미 사이드 중장은 “해당 영상은 실시간이어서 어린이의 존재를 놓치기 쉬웠을 것”이라며 “당시 담당자가 어린이를 봤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영상 탐색만 정밀하게 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극이었던 것이다.
지난 8월 29일 아프간 현지인 차량을 테러 용의자 차량으로 오인한 미군의 공습에 어린이 7명을 비롯해 일가족 10명이 사망했다. 당시 미군은 카불공항 추가 테러를 시도하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의 조직원을 제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이 현지 취재를 통해 사망자들은 민간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결국 9월 17일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비극적 실수”라며 오폭을 인정했다. 공습 표적 차량은 미국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에서 장기 근무한 미국 협력자 제마리 아흐마디의 것이었고, 희생자들은 그의 가족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 과정에선 당시 작전 수행자들이 추가 테러가 임박했다고 평가했고, 표적 차량과 탑승자를 8시간 동안 추적하면서 ‘확증편향’에 빠졌던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드 중장은 “유감스럽게도 정보에 대한 해석이 부정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전히 실수이지 범죄 행위나 과실은 아니다”라며 “사흘 전 카불공항에서 170여 명이 숨진 자살폭탄테러 이후 미군이 경계를 강화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위법 요소는 없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징계 조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가 몸담았던 구호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영양교육인터내셔널 스티브 권 대표는 “세계 최강의 군대가 8시간 동안 추적하면서 그가 누구인지, 왜 그가 미국 구호단체 사무실에 드나들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실수는 인정하지만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건 모순이다. 이번 조사 결론은 매우 실망스럽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 히나 샴시 국가안보프로젝트 국장도 “영양교육인터내셔널과 유가족은 투명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거듭 요청했으나,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류, 확증편향, 소통장애 등은 미군 공습에선 너무 흔히 벌어지는 문제다. 이번 조사 보고서도 비슷한 사건을 막기 위한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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