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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의 날

입력
2021.11.05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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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은 제95주년 '점자의 날'이다. 1926년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우리나라 첫 한글 점자를 만들어 알린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지정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장애인들의 교육기관 교사였던 박두성 선생이 우리나라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과 같은 원리를 통해 글자를 익히도록 한 첫 한글 점자 체계는, 세종의 훈민정음과 같은 의미를 담아 훈맹정음이라 한다. 이 훈맹정음을 기초로 우리 정부는 한국점자규정을 고시하였으며, 2016년엔 ‘점자법’까지 제정되어 시각장애인이 언어를 사용하는 국민으로서 권리를 모두 누리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제 표준에 따라 6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왼쪽 위에서 아래로 1점·2점·3점, 다음 줄의 위에서 아래로 4점·5점·6점의 번호를 붙이고 일정한 공간에 점을 배치해 글자를 만든다. 점자는 튀어나온 높이와 모양, 간격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글자를 나타내는데, 일정한 공간에 바르게 표기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하게 되므로 점자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매우 섬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달 전, 사회적 기업 경영을 추구하는 식품회사가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음식 섭취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컵라면에 최초로 점자 표기를 적용키로 하면서 많은 관심을 얻었다. 작은 컵라면 용기에 있는 많은 정보 중, 가장 중요한 컵라면의 물을 붓는 선의 표기를 점자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정보까지 전달하였으니 시각장애인들이 조금 더 편히 용기에 담긴 식품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종의 훈민정음과 박두성 선생의 훈맹정음의 가치만큼 고마운 일이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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