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폭력으로 숨진 故 황예진씨의 피해 영상 공개돼

JTBC '뉴스룸' 사건 당일 CCTV 공개
응급조치 없이 '1층→8층→로비' 이동
구속기소된 전 남자친구 4일 첫 재판

서울 마포구에서 말다툼 끝에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최주연 기자

'서울 마포구 파트너 폭력 살인사건'의 미공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고(故) 황예진(사망 당시 25세)씨를 무차별 폭행해 쓰러트린 전 남자친구 A(31·구속기소)씨는 응급조치도 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예진씨를 1층→8층→로비로 끌고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JTBC '뉴스룸'은 3일 총 37분 분량의 CCTV 영상 전체를 입수해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예진씨가 살던 오피스텔 내외부에서 촬영된 것이다. 예진씨는 7월 A씨에게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8월 17일 사망했다.

고(故) 황예진씨 사망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공개된 영상 속에서 A씨는 1층에서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예진씨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A씨는 예진씨가 살던 8층으로 올라갔지만 다시 아래 로비층으로 내려와 예진씨를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예진씨의 목이 앞뒤로 꺾이고 이마가 바닥에 부딪혔다.

싸움은 집 안에서 먼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영상에는 예진씨가 맨발로 뛰쳐나와 A씨의 머리채를 붙잡자, A씨가 예진씨를 여러 차례 벽에 밀쳐 쓰러뜨리는 장면도 담겼다. 건물 밖 주차장으로 향하는 언덕에서도 A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예진씨를 때렸다.

JTBC는 이후 어떤 과정을 통해 예진씨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예진씨 어머니, 딸 신상공개하며 "파트너 폭력 엄벌해야"

고(故) 황예진씨의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서울 마포구 파트너 폭력 살인 사건은 8월 예진씨의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예진씨의 어머니는 사건을 알리며 파트너 폭력 가중처벌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없다. 이번에도 넘어간다면 계속해서 또 다른 유사 사건이 생겨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예진씨 어머니는 이후 방송 뉴스를 통해 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다. 이 역시 파트너 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한 차례 기각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했고 A씨는 9월 15일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달 6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안동범)는 4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첫 공판을 진행한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