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대란 속 중소기업 수출 지킴이 활약한 HMM

입력
2021.11.08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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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부터 임시선박 총 51척 투입
1600여개 중소기업에게 선복 우선 제공
탄소 중립 위한 친환경 전환에도 적극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70% 감축 목표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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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광양항에서 출항한 HMM의 50번째 임시선박 '프리빌리지호’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이 실리고 있다. HMM 제공

10월 18일 광양항에서 출항한 HMM의 50번째 임시선박 '프리빌리지호’에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이 실리고 있다. HMM 제공

물류 대란이 한창이던 올여름, 밸브를 주로 수출해 온 국내 중소기업 A사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국 수출품을 실어 나를 배편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복량이 적은 아시아~미국 동쪽 해안 노선의 경우엔 운항하는 배가 드문 데다, 대기업처럼 대량 거래 제안으로 선복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고 거래처에선 "더 이상 납기가 늦어지면 앞으로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최후 통첩까지 날아왔다. 물류 대란 탓에 어렵게 구축한 미국 거래선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그렇게 숨 막힐 듯한 당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A사에 산소호흡기를 제공한 곳은 국내 대표 원양 선사인 HMM이었다. HMM포워드호가 유일하게 휴스턴을 기항하는 임시선박으로 투입되면서 A사의 수출품은 미국으로 향했고 거래선도 유지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사상 최악의 글로벌 물류 대란 속에서 HMM이 수출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광양항에선 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급 컨테이너선인 HMM 프리빌리지호가, 부산항에선 다목적선(MPV) HMM 앤트워프호가 각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인도를 향해 출항했다. 50번째와 51번째 임시선박이다. HMM이 지난해 8월 30일 첫 임시선박을 투입한 이후, 매주 1척꼴로 임시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임시선박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정기선과 별도로 물류 적체 해소를 위해 투입된다. 수백 TEU에 달하는 대기업의 물량 공세 틈바구니에서 1, 2TEU를 실을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기업에 선복 확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주들이 대기업 우선으로 물량을 싣고 나면 남는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선사들은 중국에서 높은 해상 운임을 부르자 모두 중국으로 향해 '부산 패싱' 현상까지 발생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7월 부산항을 기항한 외국 선박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했다. 배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진 이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HMM의 임시선박은 수출 중소기업에 우선 선복을 지원한다. HMM은 지난해 11월부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수출 중소기업 해상 운송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미주 서안 임시선박은 회차당 750TEU, 정규 노선은 200TEU를 중소기업에 우선 제공하고 있다. 또 미주 동안과 유럽 노선에도 50TEU씩을 할당했다. 또 한국무역협회와 '중소기업 선복지원 사업'을 펼치면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는 '수출 농수산식품 해상운송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해 미주 서안과 호주 등 노선에 일정 선복량을 우선 제공해 왔다. 이를 통해 HMM은 지난 1년여 동안 총 1,6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만3,310TEU를 지원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감사패를 수여했다.

10월 19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에서 열린 ‘수출중소기업 상생협력 기념식’에서 강성천(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배재훈 HMM 대표이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MM 제공

10월 19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에서 열린 ‘수출중소기업 상생협력 기념식’에서 강성천(오른쪽)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배재훈 HMM 대표이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MM 제공

HMM은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서안 31회, 미국 동안 8회, 러시아 5회, 유럽 4회, 베트남 1회, 호주 1회, 인도 1회 등 임시선박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오고 있다.

사실 임시선박 투입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프랑스 해운산업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세계 미운항 선박률은 코로나19로 공장들이 셧다운에 들어가며 물동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5월말 역대 최고치인 11.6%를 기록했다. 이후 온라인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올해 9월에는 2.2%까지 감소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선 고장나거나 수리 중인 배를 제외한, 운항 가능한 모든 선박이 항로에 투입됐단 얘기다. 이는 HMM도 임시선박 투입을 위해 새 선박을 임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여건에서 임시선박을 투입하려면 기존 노선에 투입 중인 선박을 재배치해야 한다. 먼저 선박이 배치된 노선을 공동 운항하는 선사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고, 노선을 이용하던 기존 화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노선에서 소규모 선박을 재배치해야 한다. 결국 임시선박을 투입하기 위해선 100척 가까운 모든 선박의 기항 일정, 항로 계획 등을 재조정해야 하는 셈이다.

HMM은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감수하고 컨테이너 임시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통 석유화학설비, 발전설비와 같은 초대형 특수 화물을 운송하는 MPV까지 동원해 수출 기업의 물류 애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HMM은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전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내 해운선사로는 처음으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 중립 목표를 선언했으며, 무탄소 선박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HMM은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설비를 도입하고, 선박을 개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료 효율 개선, 지난해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약 55% 감축하는 성과를 이뤘다. 올해는 약 57%, 2030년까지 약 7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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