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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안 끝났는데… 공공의료 예산은 34.6% 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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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의료의 공공성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정작 내년도 정부의 공공의료 예산은 전년 대비 34.6%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전체 보건의료 예산은 4조 2,963억 원으로 올해 5조 969억 원보다 15.7%가 줄었다.
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참여연대의 ‘2022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추가경정예산 포함)보다 4.5% 증가한 96조9,377억 원이다. 예산 증가율 4.5% 자체가 △2019년 14.4% △2020년 13.8% △2021년 9.2%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코로나19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추경에 반영했던 예산들이 앞으로도 투입될 것을 예상해야 하는데, 정부 예산은 누구보다 빨리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형태다”라고 꼬집었다.
구체적 내용을 봐도 문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공공의료 확충'의 목소리가 아주 높아졌다. 그런데 내년 공공의료 관련 예산은 2조4,258억 원에서 1조5,8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4.6% 감소했다.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지역 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예산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점차 늘어 2020년 1,651억 원에 이르렀지만, 올해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1,433억 원으로 감액됐다. 내년도 예산은 1,657억 원으로 그나마 예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실제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서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공공의료 분야 예산 중 가장 많이 삭감된 것은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이다. 올해 1조8,803억 원에서 8,704억 원으로 깎였다. 이 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문인력 인건비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원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 등에 쓰인다. 이 예산을 1조 원이나 깎아버린 것이다.
물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확진자 추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내년 1분기 금액만 일단 반영해둔 것”이라며 “앞으로의 추이를 보며 얼마든지 변동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측은 “지금 현재 기준으로 3개월치를 잡아 뒀다지만 이것 또한 부족할 가능성이 높고, 결정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에 확대될 것이라는 재택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 계획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흡기 전담 클리닉 설치운영 지원, 의료기관 등 방역 지원, 약국 비대면 체온계 설치지원 등 코로나19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보건의료서비스 예산도 1,940억 원에서 내년 900억 원으로 53.6%가 삭감됐다.
참여연대는 "코로나19를 대응하거나 공공병원을 확충하기 위한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대도시 위주로 민간병원이 밀집돼 있어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제대로된 치료도 못 받고 있다"며 "시민들의 건강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로,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취약지의 공공 의료 지원 예산도 올해 대비 삭감된 경우가 많다. 농어촌 보건소 등 이전 신축 예산은 내년 4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2%가 줄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병원선 두 척에 대한 건조비 예산이 올해까지만 집행돼 내년 예산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의료 및 분만 취약지 지원 예산도 전년 대비 2.5%가 삭감돼 169억 원이 편성됐다. 취약지 등 전문의료인력 양성 사업도 국립의전원법이 제정되지 못하면서 내년도 41.4% 삭감돼 약 9억 원이 편성됐다.
반면 보건산업 분야는 4.4% 늘어나 약 1조 원이 편성됐다. △백신 원부자재 강화 △감염병 의료안전강화 기술개발 △백신기반기술 개발 등의 사업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화장품 육성 인프라 구축사업처럼 민간 화장품 회사를 지원하는 사업이 전년 대비 77.7%나 증액된 부분은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보건산업 분야의 경우 타당성 조사도 없이 예산이 편성되는 경우가 있어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 입은 취약계층 지원도 부족하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4조4,596억 원으로, 전년 예산 대비 겨우 2.3% 늘었다. 2019년에 14.7%, 2020년 9.2%, 2021년의 8.1%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급여 예산은 8조1,2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4,428억 원) 늘었지만, 올해 의료급여가 9.7% 증가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꺾인 셈이다. 참여연대는 “인구의 3% 내외의 소수 수급자에게만 의료급여가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긴급복지 내년도 예산안은 2,1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59억 원 감액됐다. 긴급복지 예산은 대개 급할 때 추경을 통해 증액되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추경으로 6,036억 원이, 올해도 추경으로 4,959억 원이 늘었다.
참여연대는 “올해 긴급복지 대상자 증가에 따른 부족분 해소를 위해 의료급여에서 긴급복지로 300억 원이 전용된 점을 비춰볼 때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며, 반복적 추경 편성은 지양하고 필요한 계층이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적정 예산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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