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축의금 3만원 낸 친구' 사연 1년 만에 다시 올린 까닭은

입력
2021.11.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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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원 작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글 올려
"어려운 형편에도 결혼식 날 찾아온 친구
택배로 아이 옷 선물에 눈물 핑 돌아"
"1년 전 올린 글 친구가 그리워 다시 올렸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소설 '균' 출판 당시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소재원 작가. 홍인기 기자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소설 '균' 출판 당시 한국일보와 인터뷰 중인 소재원 작가. 홍인기 기자


영화 '비스티 보이즈' '소원' '터널' 등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소설가 소재원 작가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식에 와서 3만 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으로 짧은 사연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 감동을 부르고 있다. 소 작가는 글 속 사연의 주인공인 친구가 그리워 지난해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렸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결혼한 소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결혼식 때 3만 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며 "억지로 녀석을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 했는데, 야속하게도 짧은 편지만을 놓고 식이 끝나기도 전에 내려가 버렸다"고 밝혔다.

편지에는 '야간 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소 작가는 친구의 형편을 알고,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는 신문 기사에 뜬 결혼 소식을 보고 청첩장도 없이 결혼식에 왔다는 것.

소 작가는 "못해도 왕복 차비를 합쳐 10만 원은 썼을 텐데 친구에게 그 돈은 많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며 "친구라고 얼굴을 보이려 서울까지 온 녀석이 일 때문에 악수 한 번과 짠한 눈빛으로 축하를 대신하고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고 회고했다.



소재원 작가 페이스북 캡처

소재원 작가 페이스북 캡처

결혼식이 끝나고 소 작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덤덤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소 작가가 "밥 먹고 가지"라고 하자 친구는 "그래도 제수씨 입장하는 건 봤어"라고 답했다. 또 소 작가가 "맛있는 거 많은데 밥 먹고 가지"라고 밀하자 친구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조카 장난감 많이 사줄게"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난해 그는 친구가 보낸 택배를 받았는데, 택배 안에는 아이 옷과 함께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이니 안 살 수가 없더라"라고 적혀 있었다. 소 작가는 편지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는 내 눈물을 빼내는 마법을 부리는 얄미운 녀석이었다"라며 "이번 주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밝혔다.

소 작가에 따르면, 사연 자체는 이미 공개했던 글이다. 소 작가는 같은 날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연 속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투로 글을 다시 올린 이유를 소개했다.

그는 "자네(친구)의 이야기를 적은 내 글이 sns에 남겨져 있었다"며 "자네가 그리워 오늘 다시 여기저기 자네와 나의 일화를 담은 글을 작년 오늘 올렸을 때처럼 그대로 올렸다"고 적었다. 이어 "한 달에 한 번도 묻지 못하는 안부가 오늘은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네 목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오늘만큼은 온전히 자네만을 기억해보려고 하네. 무척이나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아 오랜만에 절로 웃음이 난다"는 친구를 향한 마음을 전했다.

소 작가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소설 '균'을 출간했으며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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