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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에 함께하지 못하는 미접종자들

입력
2021.11.02 20:00
수정
2021.11.02 20:4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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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 페널티" "자유권 침해" 지적
생계·건강 우려로 백신 못 맞은 이들도
"사실상 접종 강요 정책… 차별 부추겨"
백신패스 예외 있지만 "인정받기 어려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강남구 한 헬스장에 '백신 패스'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뉴시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강남구 한 헬스장에 '백신 패스'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뉴시스

"백신 패스 정책은 결국 미접종자 페널티(벌칙) 아닌가요? 미접종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정책은 없을 거라던 정부 약속과는 거리가 멉니다."(서울 영등포구 거주 최모씨)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조치가 시행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고충과 불만이 깊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및 코로나 음성 입증자에 한한 시설 출입 허용(백신 패스), 식당·카페의 미접종자 모임 4명 제한, 참석자 접종 여부에 따른 행사·집회 허용인원 차등 적용 등이 이들이 지적하는 대표적 '차별 조치'다. '백신 맞지 않을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원론적 주장도 없지 않지만, 미접종자들은 백신을 맞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들을 정부가 충분히 감안해 보다 수용적인 방역 정책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사·사적모임 허용인원 달리 적용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첫날인 1일 부산의 부산진구 서면 일대 한 고깃집 입구에 사적모임 규정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첫날인 1일 부산의 부산진구 서면 일대 한 고깃집 입구에 사적모임 규정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접종자의 최대 애로는 백신 패스다. 목욕탕, 헬스장, 노래방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이나 요양병원, 노인복지관 등 감염취약시설에 출입하려면 백신접종증명서 또는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접종자에겐 가능한 여가 생활이나 가족 방문 등이 가로막히다 보니,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게시된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라는 글은 12만 명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미접종자 오동길(28)씨는 "그동안 잘 다녔던 목욕탕을 하루아침에 못 가게 됐다"면서 "PCR 음성확인서로 대체할 수 있지만 결과가 나오는데 하루가 걸리고 무엇보다 매번 검사받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백신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부작용 우려로 접종하지 않았다는 오씨는 "백신 패스는 개인 자유권에 대한 침해"라고 성토했다.

백신 패스 제도의 효용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미접종자는 "식당, 카페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그런 곳이 과연 감염 위험이 더 낮은지는 의문"이라면서 "입장 시 체온 확인,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으로 충분히 감염 예방이 가능한 만큼 백신 패스는 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단체 모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도 미접종자의 소외감을 키우고 있다. 위드 코로나 1단계에서 접종자만 참여할 경우 500명 미만까지 허용되는 행사·집회 인원은 미접종자가 포함될 경우 100명 미만으로 대폭 제한된다. 사적 모임도 미접종자는 4명까지만 가능하다. 서울 관악구의 김세은(48)씨는 "참여하는 모임에 미접종자가 제법 있는데 장소 예약을 하려고 해도 백신 접종 여부부터 묻더라"며 "10명 중 접종한 사람이 2명이라 결국 모이지 못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백신 못 맞는 사정도 감안해야"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 회원들이 올해 1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실내체육시설 규제완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 회원들이 올해 1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실내체육시설 규제완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현행 방역 정책은 백신 접종이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모(41)씨는 올해 중반 원인 불명의 신체 마비 증상을 겪은 뒤 접종을 보류하고 있다. 김씨는 "의학적 사유로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모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정부 논리에 동의한다"면서도 "정작 건강이 우려돼 백신을 맞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40)씨는 백신 접종과 생업이 결부된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아는 사람이 필라테스 강사인데, 일을 계속하려면 백신 패스가 필요해 부작용을 감수하고 맞았다가 심한 후유증으로 출근을 못 하게 돼 일자리를 잃었다"며 "(정부가)이런 상황을 책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의 김모(35)씨는 "주변 사람 10명 중 3명 정도는 미접종자"라며 "외벌이 가장이나 직장인이 아닌 일용직·프리랜서처럼 생계에 위협이 될까봐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부가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접종 예외 인정받기 힘들어" 지적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 둘째 날인 2일 오후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백신 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시행 둘째 날인 2일 오후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백신 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백신 패스 규제는 의학적 사유로 인해 접종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건강 문제로 접종을 못 하는 데도 이런 예외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아나필락시스, 심근염, 심낭염 등 중증 이상반응이 아닌 이상 접종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란 것이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권고경(23)씨는 1차 접종 후 수포 및 두드러기 증상을 겪어 2차 접종을 미뤘다. 권씨는 "병원에서 아나필락시스라고 진단해준 것이 아니라서 아직 예외자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취미인 실내 클라이밍도 하기 어려워졌다"며 난감해했다.

서울 송파구의 정현지(29)씨는 1차 접종 후 흉통과 호흡 곤란을 느꼈고 일주일 후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접종 예외자 등록을 위해 보건소에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대상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까지 아무 제약 없이 수영 강습을 받았는데 이제는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한다"면서 "안 그래도 부작용으로 힘든데 마음도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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