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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막힌 하늘길, 중국행 ‘잣’이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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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막혔던 아프가니스탄의 하늘길이 열렸다. 아프간의 우군을 자처해온 중국이 숨통을 틔웠다. 아프간 주둔 병력을 철수시킨 미국이 거리를 두는 사이 중국이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1일 밤 상하이 푸둥공항에 화물전세기가 도착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싣고 온 잣 45톤이 실려 있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두 달여 만에 항공편으로 중국에 수출한 첫 품목이다. 왕위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는 트위터에 “국제화물운송이 여전히 제한되는 상황에서 양국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출을 재개했다”며 “아프간 농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양국의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추가로 수만 톤의 잣이 중국행 화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카불 공항에는 아프간 과도정부 요인들이 대거 나와 화물기 앞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며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잣은 중국이 아프간의 부흥을 돕는 첫 번째 지표”라고 평가했고,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이 아프간과의 항공 교역을 통해 전쟁으로 유린당한 이웃이 날로 심화되는 경제ㆍ인도적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9년 시작한 아프간의 대중 잣 수출은 연간 8억 달러(9,398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향후 5년간 20억 달러(2조3,492억 원) 규모의 잣을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2019년 기준 아프간 수출품목 비율을 보면 금 43%, 견과류 5%로 차이가 크다. 반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정반대다. 환구시보는 2일 파키스탄의 중국 전문가를 인용, “잣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은 아프간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아프간이 중국과 교역을 재개한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 남다르다. 2019년 아프간의 대중 수출비중은 전체의 3.56%로 인도(47.12%), 파키스탄(34.31%)에 이어 3위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이 탈레반의 해외자산을 동결하며 아프간을 향한 제재 고삐를 조이고 인도, 파키스탄도 국제여론과 미국과의 관계를 살피느라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선봉에 섰으니 아프간은 비로소 외부와의 접점을 찾은 셈이다. 중국은 아프간에 3,0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과 600만 달러의 현금지원도 약속하며 전방위로 손을 내밀고 있다.
아프간을 제 편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아프간 과도정부 부총리 대행과 다시 만났다. 미군 철수 한 달 전인 지난 7월 중국 톈진으로 초청해 고위급 소통채널을 구축한 지 석 달 만이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아프간이 자주적으로 선택할 발전경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 대행과는 “아프간은 아시아의 심장”이라며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 개발역량을 강화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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